조선일보 2024. 5. 29. 00:16
대만 총통·행정부 권한 축소안
친중 성향 야당이 밀어붙이자
여당, 난투극 벌이며 통과 막아
국힘에 부족한 건 의석 아닌 의지
명확한 목표·지향도 없어
대만서 벌어진 일 남 일 아니야
계속 식물국회로 끌려다니면
‘괴물국회’ 탄생 보게 될 것
지난 17일, 대만. 신임 라이칭더 총통의 취임을 사흘 앞두고 입법원(국회)에서 집단 난투극이 벌어졌다. 특히 민진당 궈궈원(郭國文) 의원이 연단에 놓인 법안 서류를 낚아채 국회를 빠져나가는 장면이 화제가 되었다. 마치 터치다운을 시도하는 미식축구 선수처럼 서류를 끌어안은 채 회의장 밖으로 달려나갔던 것이다. 어제 종영한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제목을 빌자면, ‘서류 들고 튀어’라고 할까.
이런 모습이 연출된 이유는 대만이 극심한 정치적 격랑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에 해당하는 총통은 민진당이 가져갔지만 원내 제1당은 야당인 국민당이 차지한 여소야대 정국이다. 국민당은 제2야당인 민중당과 손잡고 과반 의석을 확보한 후 이른바 ‘5대 국회 개혁 법안’을 통해 행정부를 압박하고자 한다.
여소야대 정국 속 여당인 민진당의 입장에서 볼 때 ‘5대 국회 개혁 법안’의 목적은 분명하다. 친중 성향의 국민당이 국회 의석 수를 앞세워 ‘괴물 국회’를 만들고 행정부를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국민당의 입장에서는 다른 논리를 제시할 테지만 민진당으로서는 허용할 수 없는 일이다. 친중이냐 독립이냐, 국가의 미래가 걸린 사안으로 볼 수밖에 없다. ‘동물 국회’의 오명을 무릅쓰고 난투극을 벌여가며 법안 통과를 막은 이유다....총통과 행정부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법안을 친중 성향의 야당이 밀어붙인다. 동물 국회 난투극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닐까?
그런 나라가 있다. 대한민국이다. 21대 국회를 복기해 보자. 민주당은 반발을 무시한 채 대북전단금지법을 통과시키고, 자신들이 만들었던 공수처법을 합의 없이 뜯어고쳤다....민주당의 입법 폭주는 2022년, 이른바 ‘검수완박’을 위해 민형배 의원이 탈당하면서 그 정점에 달했다....그동안 국민의힘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무기력하게 끌려다녔다.
22대 국회에서 국민의힘은 야당과 다를 바 없다.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이재명 대표는 ‘여의도 대통령’으로 불리고 있다....대만에서 벌어진 일은 남의 일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식물 국회로 끌려다니는 건 괴물 국회의 탄생을 방조하는 것이다. 차라리 동물 국회가 나을지도 모르겠다. 문득 홍상수 감독 영화의 유명한 대사가 떠오른다. “우리 사람은 못 되더라도 괴물은 되지 말자.”
https://v.daum.net/v/20240529001635679
동물국회 식물국회 괴물국회 [조선칼럼 노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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