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4. 6. 1. 00:06
文의 인식 체계엔 환각과 망상 요소가 뒤섞여 있다…
잊혀지겠다던 인격과 잊혀지기 싫어하는 또 다른 인격이 공존하는 듯 하다
화제 만발, 흥행에 성공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 주제는 다음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현실을 벗어난 환상 속 세계관’. 책 발간일이 하필이면 북한이 동해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쏜 날이었다. 사거리 300~1000㎞이니 대남 타격용임이 분명했으나 회고록은 김정은이 “핵을 사용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이 “핵 무력을 동원한 남조선 전 영토 평정” 운운하는데도 문 전 대통령은 그를 ‘연평도 포격에 미안해하는 평화주의자’인 양 묘사했다.
문 전 대통령은 김정은이 “깍듯했다”고 평했다. 고모부를 총살하고 형을 독살한 독재자를 “예의 바르고 존중이 몸에 뱄다”고 했다. 그는 “딸 세대까지 핵을 이고 살게 하고 싶지 않다”고 한 김정은의 말이 진심이었다고 했는데, 김정은이 미사일 발사 때마다 딸을 끼고 다닌다는 뉴스도 못 본 모양이었다.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친서를 보내 ‘문재인 배제’를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그는 “미·북이 우리의 중재 노력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사실과 동떨어진 소리에 도대체 어느 행성에 살고 있나 싶었다.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회고록을 보며 평산마을 사저에서 기른다는 ‘이상한’ 고양이를 떠올렸다. 지난 총선 때 문 전 대통령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를 비하하는 소셜미디어 글에 ‘좋아요’를 눌러 입방아에 올랐다. 논란이 일자 해명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문제의 고양이였다.
문 전 대통령의 이해하기 힘든 정신 세계를 직설적으로 저격한 사람이 존 볼턴이었다. 트럼프 정권 안보 보좌관을 지낸 그는 2020년 회고록에서 북핵에 관한 문 전 대통령의 생각이 “조현병 환자 같았다”고 썼다. 미국의 ‘선(先) 핵폐기’와 북한·중국의 ‘단계별 보상’은 양립 불가능한데도 문 전 대통령은 둘 다 찬성한다며 비현실적이고 모순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었다.
그의 회고록엔 ‘외교·안보편’이란 부제가 달려있다. 경제편·정치편 등이 계속 나올 것이란 예고다. 우리는 지난 대선의 정권 심판으로 문재인 시대를 끝냈다고 생각했다. 떠나보낸 줄 알았던 전직 대통령이 잊히길 거부하고 자꾸만 현실정치에 끼어드는 모습을 얼마나 더 봐야 하나 싶다.
https://v.daum.net/v/20240601000629798
[박정훈 칼럼] 文 회고록과 평산마을 ‘이상한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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