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3.09.12 박윤선 생태교육 활동가)
고개를 뒤로 젖히고 하늘을 한번 봐.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이야. 낮에는 좀 덥다 해도 햇볕이 여름처럼 따갑진 않아.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서 기분도 참 좋지. 산으로, 들로 다니기 더 좋은 날이 되었어. 자, 이제 가을을 어떻게 보낼 예정이니?
어떤 식물들에는 지금이 겨울 오기 전에 서둘러 꽃을 피우는 때야.
가을에 피는 꽃에는 뭐가 있을까? 들국화라고? 그럼 어떤 꽃이 들국화인지 콕 짚어 볼래? 망설이는 건 당연해.
들국화란 꽃은 없거든. 그저 들에 피는 국화과 식물을 뭉뚱그려서 들국화라고 하지.
그 가운데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게 바로 쑥부쟁이야. 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리는 연보랏빛 꽃이지.
쑥부쟁이는 물기가 좀 있는 데서 잘 자라는데, 조금 그늘이 짙어도 양지바른 곳에서도 다 잘 자라.
어디서든 잘 자라니, 우리나라 곳곳에서 볼 수 있어.
/그림=박신영(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풀꽃')
비슷한 걸 보았다고? 비슷하게 생겼는데, 희거나 분홍빛을 띠는 건 구절초야. 구절초는 잎도 쑥이랑 닮았어.
보랏빛이 짙은 건 벌개미취야. 꽃이 커서 꽃밭에도 많이 심어. 가운데가 노랗고, 꽃잎 모양이 비슷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 달라. 쑥부쟁이는 이제 곧 꽃잎이 다 떨어지고 짧은 털이 달린 열매가 달릴 거야. 얼핏 보면 열매도 마치 갈색 꽃 같지.
쑥부쟁이는 모양도 참 곱지만 그 쓰임도 나무랄 데 없어. 봄에는 봄나물로, 겨울에는 말린 나물을 물에 불려 요리해 먹을 수
있거든. 좀 억센 잎이라도 데쳐서 말리면 겨울에 먹기 좋지. 즙을 내 마시면 소화를 돕고, 기침에 좋다고 약으로 쓰기도 해.
잎을 짓찧은 걸 벌레 물린 데 붙이면 항균 작용도 해. 국화과이지만 국화차처럼 '꽃차'이기보다는 반찬으로 먹는 나물이요,
아픈 데 잘 듣는 약으로 쓰이는 귀한 풀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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