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07.24 김행 한국양성평등진흥원 원장)
아는 척 좀 해본다. 7월이면 생각나는 소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서 가난한 대학생 라스콜리니코프는 찌는 듯이 무더운 7월 초, '죽여도 싼(?)'
전당포 노파와 그 조카딸을 도끼로 때려죽인다.
카뮈의 '이방인'에서 뫼르소는 '햇빛이 너무 강렬하다'는 이유로 알제리인을 총으로 쏴 죽인다.
택시는 안 잡히고, 땀은 비 오듯 하고, 불쾌지수는 팍팍 오르던 어느 날. 정말 이러다 일 저지르겠다
택시는 안 잡히고, 땀은 비 오듯 하고, 불쾌지수는 팍팍 오르던 어느 날. 정말 이러다 일 저지르겠다
싶은 찰나, 길거리에서 플라스틱 화분에 수련을 담아 파는 것을 봤다. 만개한 핑크색 수련에 홀딱 반했다.
불자(佛子)는 아니지만 집에 데려가 '마음 수련'이나 하려고 화분 하나를 샀다.
'잠자는 연꽃' 수련은 우리 집에 온 뒤, 오전 8시쯤 깨기 시작해 해가 중천에 올랐을 때 절정을
'잠자는 연꽃' 수련은 우리 집에 온 뒤, 오전 8시쯤 깨기 시작해 해가 중천에 올랐을 때 절정을
뽐내다가 오후 4시쯤 꽃잎을 닫는다. 40년 동안 정원을 가꾼 나주 '죽설헌'의 박태후 선생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집의 창문이 남쪽과 서쪽이죠?"라며 단박에 맞힌다.
만약 동쪽 창문이었으면 오전 7시쯤 눈떴다가 오후 2시쯤이 잠든다고 한다.
문득 '그러면 우리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0년 가까운 직장생활 동안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일해 왔다.
지금은 일자리가 부족하고 100세 수명시대다.
세계 2위의 부호인 멕시코 통신 재벌 카를로스 슬림의 말마따나 '근로양식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할 때'가 아닐까?
그는 "70~75세까지 일하는 대신 일주일에 3일, 하루 11시간 정도를 일해야 할 것"이라며, "그래야 건강도, 생산성도 좋아지고
노령 인구의 생활고도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글의 CEO 래리 페이지도 "실업을 줄이기 위해서는 현행 주당 40시간인 근로시간을 더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련은 3일 동안 꽃잎을 열고 닫기를 반복한 후 지면, 새 꽃대가 올라온다.
열매도 물 위에 떠 있다가 씨앗을 퍼뜨릴 때가 되면 물속으로 가라앉아 싹을 틔울 준비를 한다.
자연의 이치대로 살려면 노동시간은 줄이고 일자리는 나누는 것만이 해결책이다.
수련꽃을 보다 별생각을 다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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