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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에볼라 바이러스

바람아님 2014. 8. 5. 19:52

(출처-조선일보 2014.08.05 김철중 논설위원·의학전문기자)


1976년 아프리카 중부 콩고공화국에서 정체불명 괴질이 발생했다. 
환자는 고열에 시달리고 내부 장기에 출혈이 있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사이, 환자는 300여명으로 늘었다. 
치사율은 90%까지 치솟았다. 나중에 환자 피에서 새로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콩고 북부 에볼라 강(江) 지역에서 처음 찾았다고 해서 '에볼라'라는 이름이 붙었다. 
유행성 출혈열도 바이러스가 분리된 강 이름을 따 '한탄 바이러스'라고 불렀다.

▶인류 앞에 처음 등장한 바이러스들은 모두 사람이 살지 않았던 원시 지역 동물에게서 왔다. 
에이즈는 원숭이에게서, 인플루엔자는 철새에게서, AI는 야생 조류에게서 사람으로 건너왔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아프리카 밀림 '과일 박쥐(fruit bats)'에게서 온 것이 유력하다. 
'1호 환자'는 어느 날 과일 박쥐의 대변이나 소변을 맨살로 접촉했다가 전염됐을 것이다. 
환경 개발로 인간과 동물의 생활공간이 부딪치면서 바이러스 공유도 늘어난다.

[만물상] 에볼라 바이러스
▶에볼라는 백신이 없다. 
바이러스에는 핵심 구조가 잘 변하지 않는 DNA 유형과 변화무쌍한 RNA 유형이 있다. 
에볼라는 RNA 유형이지만 백신 만들기 편한 DNA 타입으로 실험실에서 전환시킬 수 있다. 
그런데도 제약회사가 막대한 연구비를 들여 백신을 만들 만한 매력이 없다.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만 소수 환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료계에선 이왕 질병에 걸린다면 세계에서 의료시장이 가장 큰 미국 사람이 많이 걸리는 병에 걸려야 한다고들 말한다.에이즈 바이러스는 RNA 유형이어서 백신 제조에 실패했지만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돼 완치할 수 있다. 
미국에 환자가 많아서 가능한 일이다.

▶2003년 세계를 강타한 '중증급성 호흡기증후군' 사스(SARS)는 중국 광둥성 박쥐에게서 온 바이러스다. 
이게 고양이로 갔고 고양이를 음식으로 조리하던 요리사에게 건너갔다. 
홍콩 호텔에서 처음 환자가 발생하고 사흘 뒤 캐나다에서도 나왔다. 
한 달 만에 80여국으로 퍼졌다. 
나중에 전파 경로를 봤더니 정확히 비행기 직항로가 있는 도시를 따라 퍼져 나갔다. 
항공교통이 발달하면서 바이러스도 퍼 나른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호흡으로 옮지 않기 때문에 항공 전염 가능성은 없다. 
에볼라건 인플루엔자건 기침·재채기할 때 손에 묻은 바이러스가 손잡이나 악수를 통해 남의 손으로 건너간다. 
선진국에선 초등학교 때부터 기침할 때는 손으로 입을 가리지 말고 고개를 살짝 돌려 팔꿈치 안쪽으로 막으라고 가르친다. 
간단한 기침 에티켓이 80나노미터 바이러스에 당하지 않는 첨단 기술이다.


[ 윤희영의 News English ]
(출처-조선일보 2014.08.05 윤희영 | 디지털뉴스부 차장)

바이러스 전문가들의 경고
미국에서 10명 죽으면 세계 언론의 주요 뉴스가 되지만, 아프리카에서 100명 사망한 건 단신 처리되는 경우도 많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견된 지 이미 40여 년 지났건만 백신은 물론 치료약조차 없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in a similar vein
이해하면 된다.

서아프리카에서 벌어지고 있는 에볼라 사태(the ongoing Ebola outbreak)는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the deadliest in human 
history) 현상 중 하나다. 그런데도 단지 다루기 어렵고(be hard to work with) 발생이 흔하지 않은 데다 예측 불가능하며
(be rare and unpredictable), 실험 접시에서 잘 배양되지(grow well in lab dishes)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방치돼 왔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치료약 개발의 자본 조건에 기인한다(be due to the economics of drug development). 에볼라 퇴치 방법을
알아내는 데는 이미 큰 진전을 이뤘다고(already make great strides in figuring out how to fight back against Ebola
전문가들은 말한다. 에볼라 바이러스를 묶는(bind with the ebola virus) 단일 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y)도 개발돼 
노출 직후(right after exposure)는 물론 발병 며칠 후 투약해도 효과를 내는 단계까지 와 있다고 한다.

[윤희영의 News English] 바이러스 전문가들의 경고
그러나 제약회사들(pharmaceutical companies)이 에볼라 치료에 연구·개발 투자를 쏟아부을 인센티브가 없다며
(have little incentive to pour research and development investments into curing the disease) 손을 놓고 있다
(have their hands idle). 
소득 낮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만 어쩌다 한 번 나타나는데(surface sporadically in low-income African countries) 백신·
치료제를 개발해봐야 큰 이득을 보기 어렵고(be not likely to see a large pay-off) 돈만 날릴 것 같다는(stand to lose money
이유에서다.

미국 국방부와 국립보건원이 어느 정도 투자를 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아프리카 구제를 위한 것이 아니다. 
에볼라가 생물학무기 테러로 이용될(be used as bioterrorism) 것을 우려해서다. 
문제는 목적이 제한돼 있다 보니 어느 단계가 지나면 연구·투자가 정체된다는(get stalled) 사실이다.

전염병 전문가인 브렌다 러너 박사는 "인류는 모든 생명체와 공통 선조를 가졌다(share a common ancestry). 
특히 미생물 세계와 가까운 친밀성(close intimacies with microbial world)이 있다. 
인체 세포는 극히 일부만 인간 고유의 것이다. 
그래서 전염병 감염·전염에 취약할(be susceptible to contracting and transmitting infectious disease)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바이러스 공포를 소재로 한 영화 '아웃브레이크(Outbreak)'의 원작 소설 'The Hot Zone'을 쓴 
리처드 프레스턴의 말은 그래서 더 불안하게 한다. 
"생물은 어느 것 하나 명확한 것이 없다. 
우리가 뭔가를 이해했다고 하는 것은 겨우 한 꺼풀 벗겨낸(peel off a layer) 것일 뿐, 
그 아래 훨씬 더 복잡한 것들이 도사리고 있다. 
자연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be anything but sim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