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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수학 천재들

바람아님 2014. 8. 15. 12:25

(출처-조선일보 2014.08.15 방현철 논설위원)


'직각삼각형 빗변의 제곱은 다른 두 변 제곱의 합과 같다.' 중학교 때 배운 피타고라스 정리(定理)다. 

그런데 세제곱, 네제곱 등 제곱 횟수를 늘려가면 어떻게 될까? 17세기 프랑스 수학자 페르마는 세제곱 이상에선 그런 등식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발견했다. 그는 갖고 다니던 책 여백에 문제를 쓰다 다음과 같이 적어 후대 

학자들을 괴롭혔다. "나는 이 정리를 증명했지만, 여백이 너무 좁아 증명을 적을 수 없다."


▶그 후 350여년 동안 수학자들은 페르마가 풀이 과정 없이 남긴 문제를 증명하기 위해 머리를 싸맸다. 

열 살 때 처음 이런 얘기를 알게 된 프린스턴대 교수 앤드루 와일스는 평생 목표로 이 문제 푸는 걸 삼았다. 교수가 된 후 7년간

방에 처박혀 문제를 풀었다. 1995년 드디어 풀이 과정을 담은 130쪽짜리 논문을 발표했다. 

그때가 마흔둘이었다. 마흔 이하 탁월한 수학자에게 주는 수학계 노벨상인 '필즈상'은 놓쳤다.

만물상 일러스트

▶백 년 가까이 내려온 또 다른 수학 난제 '푸앵카레의 추측'은 러시아 수학자 그레고리 페렐만이 2002년 풀었다. 

그는 풀이법을 학술지가 아닌 인터넷에 올렸다. 

수학자 6명이 3년간 달라붙어 검증한 끝에 페렐만의 해법이 맞는다는 걸 밝혔다. 

그는 마흔이던 2006년 필즈상 수상자로 뽑혔다. 하지만 "밖으로 드러나기 싫다"며 수상을 거부했다.


▶엊그제 서울에서 개막한 2014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첫 여성 필즈상 수상자가 나왔다. 

마리암 미르자카니 스탠퍼드대 교수다. 서른일곱 그녀는 이란에서 대학까지 나온 뒤 미국으로 갔다. 

고교 시절 2년 연속 국제 수학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받았다. 

큰 상을 받은 수학 천재들의 국적은 미국, 프랑스, 영국이 다수지만 핏줄을 보면 아랍인, 인도인, 러시아인 같은 민족이 

의외로 많다.


▶구글 창업자 중 한 명인 세르게이 브린도 어릴 적부터 수학 신동 소릴 들었다. 

그 실력을 검색 엔진 만드는 데 썼다. 그는 검색 엔진 만드는 작업을 "웹 전체를 변수가 수백만 개 있는 하나의 거대한 

방정식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했다. 

수학 천재 중에는 월스트리트에서 대박을 터뜨리는 투자에 몰두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생명을 잃을지 모를 모험 여행을 즐기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수학자들의 전기(傳記)에선 누구도 풀지 못한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외로운 싸움을 하는 투사의 모습이 진하게 드러난다. 

한국의 수학 천재들도 호기심을 가질 만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