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세계의 창] 갑오년에 되돌아보는 갑오중일전쟁

바람아님 2014. 8. 18. 11:13
120년 전의 갑오중일전쟁은 중·일 두 나라 모두에 큰 충격이었다. 일본은 수천년간 '모셨던' 중앙제국(중국)을 처음으로 꺾었다는 자부심에 마을마다 일장기를 걸어놓고 열광했다. 공황 상태에 빠진 청은 4억7000만엔의 배상금 등을 일본에 바쳤다. 연간 재정수입이 8000만엔뿐이던 일본은 한번 전쟁으로 '졸부'가 됐다.

1885년에 후쿠자와 유키치가 '탈아입구'(脫亞入歐)론을 내놓은 후 일본은 청일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자신감이 극도로 팽배했다. 그 뒤 러일전쟁에서 러시아까지 무릎 꿇게 한 일본은 거침없이 중국대륙을 침략하며 무수한 중국인의 목숨을 앗아갔다.

후쿠자와 유키치의 탈아론과 청일전쟁은 일본인들의 근대의식을 확 바꾸었다. '자기비하감'의 극단에서 '자부감'의 극단으로 달려갔다. 메이지유신 전까지만 해도 중국을 성인군자지국(聖人君子之國)으로 받들던 일본에 중국문화는 숭배 대상이 아니었다. 일본에 비친 중국의 이미지는 아편전쟁 뒤 맥없이 무너져가는 병든 닭의 이미지였다. 전쟁만 났다 하면 배상금을 내고 영토를 할양하고 통상구를 개방하는 무능함 그 자체였다. 헨리 키신저는 중국이 이런 역래순수(逆來順受·뜻과 거스르는 일을 순리로 받아들임) 정책으로 주권의 기본요소를 지켰고, 최종적으로는 굴욕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인들에게는 그게 아니었다. 반만년 역사에서 최대의 굴욕을 겪은 시기였다. 더구나 수천년 동안 변두리 소국으로 치부하던 일본에 패했다는 치욕감은 중국인들을 공황 상태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이런 중국을 영국인들이 꾸린 상하이신문 <자림서보>는 '동방의 병부'라고 일컬었다. 일본에서는 막부 말기부터 중국을 멸시하던 지식인의 의식이 일반 민중에게까지 퍼져갔다. 그 후 중국대륙 침략에서 일본인들은 중국인들을 마치 개와 닭처럼 취급하며 경쟁하듯 학살했다. 야만이 되기를 원한 일본이 오히려 중국을 '야만' 취급하며 '백년의 굴욕'을 안겨준 것이다.

근대사를 겪으면서 일본인들의 뇌리에 박힌 대중국 이미지는 중국인들이 일본에 맞서 싸운 항일전쟁을 겪으면서, 마오쩌둥이 '신중국'을 선포하면서 바뀌는 듯했다. 중-일 수교 당시 중국이 일본에 전쟁 배상금 요구를 포기하면서 많은 일본인은 중국의 넓은 흉금에 눈물을 흘렸다고도 한다. 중국과 일본은 수천년 역사에서 가장 평등하고 우호적인 중일평화우호조약을 맺기도 하였다.

그러던 두 나라가 청일전쟁 뒤 두번째 갑오년에 바로 일본이 갑오중일전쟁에서 빼앗은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를 둘러싸고 다시 살벌한 전쟁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일본은 양국의 금기를 깨고 중국인의 한이 맺힌 역사의 상처에 소금을 뿌린다. 중국인들에게 지난 치욕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고 있다.

왜일까? 뿌리는 근대사 이후 중국을 멸시해온 일본인들의 대중국 인식에 있으며 그 계기는 중국에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라는 자리를 내준 것이었다. 청일전쟁에서 일본은 중국이 수천년 동안 보유하고 있던 동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빼앗았다. 그 후 일본은 무력으로 대동아공영권의 맹주로 자처하며 동아시아를 전쟁의 참화에 빠뜨렸다. 전후 일본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자리매김을 했고, 다시 동아시아 경제를 주도하는 맹주로 자부했다. 바로 그 자리를 중국에 빼앗긴 것이다.

이젠 일본의 자부심이 자기비하감으로 바뀌고 초조함과 좌절감이 민족주의로 표출되고 있다. 그 심층에는 여전히 갑오중일전쟁 때 쌓인 대중국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어찌 보면 일본은 중국이 계속 '동아시아의 병자'이기를 바라고 지리멸렬하기를 바라는지 모른다. 그런 일본에 100년의 치욕을 이젠 힘으로 갚을 때가 왔다는 목소리도 중국에서 터져 나온다.

결국 중·일은 21세기 갑오년에 19세기 말의 갑오년을 되새기고 있는 것이다. 120년 만의 자리바꿈으로 겪는 진통이다. '역사적 기억'이 수면 위로 올라와 갈등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자리매김으로 윈윈을 이루는 길은 없을까. 120년 전으로 돌아가면 '양패구상'(兩敗俱傷·양쪽이 모두 망함)이 될 수밖에 없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