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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숨은 계곡 찾기

바람아님 2014. 8. 20. 10:58
여름이다.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떨치고 싶다.
피서철 교통 체증으로부터 해방시켜줄 서울 시내 계곡 4곳을 찾았다.


 

대학동 관악산 계곡

서울대학교 인근 관악산 허리에 운동장처럼 넓은 천연 수영장이 숨어 있다. 수심이 얕고 물살이 빠르지 않아 아이들이 물놀이하기에 좋다. 양쪽에 짙게 우거진 나뭇잎이 파라솔 역할을 한다. 관악구청은 매년 7월 말부터 8월 말까지 이곳에 '관악산 물놀이장'을 개장하고 그늘막과 유모차를 무료로 대여해준다. 안전사고에 대비해계곡 바닥의 위험물질을 제거하고 안전요원까지 배치하니 인공 수영장 못지않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관악산호수공원 입구 관악산시詩도서관에서 빌린 책장을 넘기며 시심에 빠져보는 건어떨까.

좀 더 안쪽에 위치한 관악산숲속도서관에는 식물도감과 동물도감도 비치되어있다. 지겨운 교통 체증을 겪지 않아도 관악산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근사한 휴일을 보낼수 있다. 핸드폰을 잠시 끄고 관악산 둘레길을 느리게 걸으며 짧은 도보 여행을 떠나길 적극 추천한다.

가는 법


관악산 입구에 위치한 관악산호수공원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가면 이름 없는 정자가 하나 나타난다. 정자 아래 돌계단을 내려가면 천연 수영장이 있다.

부암동 백사실계곡


백사실계곡 나무 그늘 아래 서면 여름에도 서늘한 바람이 분다. 맑고 차가운 계곡물, 청정 지역에서만 산다는 도롱뇽과 버들치, 하늘을 뒤덮은 나뭇잎 등이 서울의 한복판, 종로에 있다. 졸졸 흐르는 계곡의 조잘거림을 들으며 호젓한 숲길을 걷다보면 '백석동천白石洞天'이라는 한자가 새겨진 바위를 만난다. 이는 백사실계곡의 아름다움을 알아본 조선시대 선인들의 인증 마크. 자연경관이 수려한 곳에 별서와 육각 정자, 연못을 짓고 시를 읊었던 흔적이 무너진 담장과 주춧돌에 흐릿하게 남아 있다.

'오성과 한음'의 오성으로 잘 알려진 이항복도 백사실계곡에 반해 별장을 지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이항복의 호, 백사白沙는 세월에 닳지 않고 여전히 계곡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아스팔트 위로 풀풀 날리는 더위를 피해 백사실계곡으로 몸을 숨기자. 푸른 신록이 커다란 손바닥으로 불볕을 가려줄 터이니.

가는 법


드라마 < 커피 프린스 1호점 > 에서 이선균 집으로 나와 인기를 끈, 부암동 카페 '산모퉁이' 옆 오르막길을 따라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진관동 삼천사계곡

삼천사계곡은 북한산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삼천사는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사찰로, 한때는 3000여 명이 수도할 정도로 번창했다고 한다. 삼천사를 지나면 물 흐르는 소리가 먼저 들려온다. 한여름 장마가 지나가면 널찍한 너럭바위 위에 물줄기가 흐르는데 그 모습이 비경이다. 골짜기마다 물이 흘러신발을 벗고 발을 담그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 제 발로 걸어 산에 오른 자만이 즐길 수 있는 피서다. 물이 많이 고인 곳은 옅은 에메랄드빛이 날 만큼 물이 맑고색이 곱다.

서울의 진산에서는 계곡 바위마다 공들여 쌓아 올린 돌탑이 셀 수 없이 펼쳐지는 경이로운 풍경도 만나게 된다. 이런 풍경을 오래 곁에 두고 여유롭게 즐기고 싶다면바로 옆 골짜기에 위치한 진관사 템플스테이를 신청하길 권한다.

가는 법

지하철 3호선 연신내역에서 7211번 버스를 타고 삼천사 입구에 하차한다. 매표소를 지나 삼천사, 삼천사계곡이 차례로 나온다. 좀 더 오르면 얼굴을 내미는 나월봉과나한봉 능선 사이 월한폭포도 볼만하다.

옥인동 수성동계곡

조선 후기 규장각 서리 출신 문신 박윤묵은 아침에 일어나 나막신에 우의를 입고서 술 한 병 들고 수성동계곡의 흐르는 물을 보며 즐거워 이렇게 노래했다.

"그 기세는 막을수가 없고 그 깊이는 헤아릴 수가 없으며, 그 가운데는 눈비가 퍼붓는 듯 자욱하고 넘실거린다. 호탕하여 조물주와 더불어 이 세상 바깥으로 노니는듯하다."

< 존재집 > 에 나오는 대목이다. 누상동과 옥인동 경계, 인왕산 초입에 위치한 수성동계곡엔 여전히 청계천 발원지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기분 좋게 흐른다. '물소리가유명한 계곡'이라 하여 수성동이라 부르던 옛 명성처럼 콸콸 쏟아지는 정도는 아니지만 겸재 정선의 작품 < 수성동 > 에 등장하는 풍경이 우아하게 복원되어 사람들의발길을 붙잡는다. 거대한 바위 사이에 기린교로 추정되는 오래된 돌다리가 남아 선비들의 놀이터에 방점을 찍는다. 정자에 앉아 있노라면 한 폭의 그림 속에 스며든다.

가는 법

통인시장 뒷길을 따라간다. 종로 09번 마을버스 종점을 지나 인왕상 등산로로 접어들면 깊은 암석 골짜기에 형성된 수성동계곡 하류가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