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이항수의 동서남북] 判·檢事 선발은 엄격하게, 퇴출은 가차없이

바람아님 2014. 9. 4. 10:25

(출처-조선일보 2014.09.04 이항수 사회부 차장)


이항수 사회부 차장요즈음 법조계와 법학계의 가장 큰 화두(話頭)는 새로운 법관 임용 방식이다. 
사법시험(고등고시 사법과 포함)에 합격하고 2년간 소양 교육을 받은 사람 중에서 법관을 뽑던 방식에서
벗어나 3~10년 이상 경력의 검사나 변호사 등 법조 경력자 중에서 법관을 뽑는 방식으로 바뀐다. 
고시 사법과는 1950~1963년 1~16회, 사법시험은 1963년~올해까지 1~56회 합격자를 냈으니 광복 
이후 최대의 법관 선발 방식 변화다.

새 법관 임용 방식은 사법시험이 2017년 59회를 끝으로 사라지면 사시(司試) 합격자의 비중을 계속 
줄이다가 최종적으로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졸업자만으로 선발한다는 것이다. 사시 폐지와 
사법연수생 및 로스쿨 졸업생 숫자 등을 고려해 2017년까지는 법조 경력 3년, 2018~2021년에는 5년, 
2022~2025년에는 7년, 2026년 이후에는 법조 경력 10년 이상의 검사나 변호사 중에서 법관을 
임용하게 된다.

단 한 번의 시험(고시 또는 사시)에 합격한 사람 대신 전국 25개 로스쿨 졸업생을 법관으로 뽑는 방식으로 바뀌니 어떤 
기준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선발하느냐가 뜨거운 관심사다. 모든 로스쿨의 성적표를 동등하게 평가할지, 추가로 시험을 볼지, 
변호사나 검사 기간의 업무 능력을 어떻게 평가·반영할지, 로스쿨생과 사법연수원생을 어떻게 비교할지 등 모든 사안마다 
관련자들의 이해가 예민하게 얽혀 있다.

그 세세한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에 대해 대법원 산하 사법정책연구원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지난 7월 초 심포지엄과 세미나를
열었다. 논의의 핵심은 법률 지식, 균형감과 성실성, 사회적 약자 배려, 전문성 등을 두루 갖춘 법관을 뽑자는 것이었다. 
국민의 재산과 신체 자유에 대해 심판하는 법관 업무의 엄중성을 생각하면 국민 입장에서도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중대한 평가 항목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진입 과정을 엄격하게 정비하는 것 못지않게 이번 기회에 '불량(不良) 법조인'을 제때에 가차없이 퇴출시키는 
문제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과거 수십~수백 명에 불과하던 전국의 판검사는 올해 말 기준으로 법관 정원은 2858명(현재 인원 
2777명), 검사 정원은 2044명(〃 1984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들의 명단을 큼지막한 A3 용지 한 장에 인쇄한 전국 법관·검사 배치표는 너무나 깨알 같아서 돋보기를 대고 봐야만 겨우 
이름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도 대법원과 법무부는 지금 판검사 정원을 더 늘리는 법안을 다시 만들고 있다.

법조인이 급증하면서 '불량 법조인'도 함께 늘고 있다. 음주 뺑소니 판검사, 막말 판검사, 수뢰 판검사, 성범죄 판검사, 
혼외자를 둔 검찰총장, 대로변 음란 행위 검사장까지….

법무부는 검사들의 적격(適格) 심사 주기(週期)를 과거 10년에서 7년으로 줄였고, 다시 5년으로 단축하는 법안을 지난달 입법 
예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헌법 105조의 '10년 재임용' 규정에 기대어 불량 법관 퇴출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불량 판검사를 
제때 솎아내지 못하면 국민의 불신은 더욱 깊어지고 그만큼 법조계와 국민이 손해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