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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미국 사관학교의 힘

바람아님 2014. 9. 12. 09:47

(출처-조선일보 2014.09.12 유용원 정치부 군사 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미국 뉴욕시에서 북쪽으로 80여㎞가량 떨어진 고지대에 있는 미국 육사(陸士)는 흔히 웨스트포인트(West Point)라고 한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영국을 상대로 한 독립전쟁 때 뉴욕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허드슨강을 지키려고 세운 요새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1802년 이곳에 육사를 열었다. 올해로 212년 됐다.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의 해사는 169년, 콜로라도스프링스의 공사는 60년 역사를 자랑한다.

▶미국의 사관학교는 단순한 장교 양성 기관이 아니다. 
사관학교 교육의 기본 틀을 만든 인물이 1817년부터 16년간 미 육사 교장을 역임한 테이어 대령이다. 
'테이어 제도'의 요체는 국가에 대한 의무감, 명예, 헌신, 정직 등 리더에게 필요한 인성 교육에 
인문학적 교양과 전문 지식까지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을 이끌 진정한 리더를 배출하는 교육기관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만물상] 미국 사관학교의 힘
▶사관학교별로 매년 1000명 안팎 신입생이 입학하는데 이 중 80%가량이 각 고교에서 전교 5등 안에 드는 엘리트이다. 
성적만 좋다고 사관학교에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육사와 해사는 대통령이나 부통령 또는 연방 상원 의원의 추천서가 있어야만 입학할 수 있다. 
상원 의원 1명이 추천서를 써 줄 수 있는 인원은 10명으로 제한돼 있다. 
사관학교 입학이 하버드·예일 등 아이비리그 대학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괜한 얘기가 아니다. 
우리의 해경(海警)에 해당하는 미국 해안경비대(Coastguard)에도 사관학교 못지않은 우수 인재들이 몰려든다.

▶최근 발표된 미국 1800여 대학 순위에서 해사가 국공립 학부 중심 대학(Liberal Arts Colleges) 중 1위를 차지했고 
육사가 2위, 공사가 3위였다. 사립학교를 포함해도 세 사관학교가 모두 30위 이내에 들었다. 
해사가 육사보다 순위가 앞선 것은 세계 수퍼파워인 미국의 지위와 무관치 않다. 
근대 이후 세계 패권국의 성쇠(盛衰)를 가른 것이 바로 해군력이다.

▶미국 사관학교 졸업생들은 5년 의무 복무를 마치면 연봉을 최고 12만달러(약 1억2300만원) 받는다고 한다. 
대졸 평균 연봉의 3~4배에 이른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육사), 지미 카터(해사) 등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정부와 
정계에는 사관학교 출신이 적잖다. 
민간 기업 CEO 중에도 사관학교 출신이 즐비하다. 
이런 '사관학교의 힘'이야말로 미국이 100년 가까이 수퍼파워의 지위를 지켜낸 비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