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일사일언] 불확실한 인생

바람아님 2014. 9. 10. 10:16

(출처-조선일보 2014.09.10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문경의 들녘을 달리다 보면 전곡리에 있는 소양서원을 만나게 된다. 
이곳은 강연하러 가는 길에 잠시 쉬었다 가는 곳이다. 
가을에는 소양서원 건물들과 은행나무 그리고 작은 연못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다. 
경치에 취한 채 잠시 쉬었다 가면 그만인데, 
나는 어디를 가더라도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는 습관이 있다.

소양서원 뒤편에는 존승재(尊承齋)라는 현판이 걸린 단아한 작은 한옥이 있고 대청마루 곁에는 
'전통생활체험관'이란 큼직한 나무 명판이 비스듬하게 세워져 있다. 
사람의 손길이 닿은 지가 오래되었는지 이제는 폐가처럼 퇴락하고 말았지만 
한때는 분위기가 달랐을 것이다. 
'전통생활체험관'이란 현판을 보는 순간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언젠가 관청이 주도해서 농가 수입을 증대시키기 위해 여러 곳에 생활체험관을 개설해서 운영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가운데 몇 곳은 살아남았고 나머지는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서 문을 닫고 명판까지 내리게 되었을 것이다.


[일사일언] 불확실한 인생세상 돌아가는 일이 모두 이와 비슷한 것 같다. 
미래는 늘 불확실함으로 가득 차 있고 사람들은 
'이것은 잘될 것이다'는 판단이 서게 되면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이 가운데 살아남는 것은 소수에 불과하다.

며칠 전에 만난 신약 개발 담당 임원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경우 대개 20개 신규 프로젝트 
가운데 1개 정도 그리고 국내 기업의 경우는 
5개 가운데 하나 정도가 빛을 본다고 한다.

시도하는 일마다 잘 풀린다면 세상에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모든 도전은 불확실함을 담보로 이뤄지는 
것이며 이 가운데 소수만이 승리의 월계관을 
쓰게 된다. 
이 때문에 삶에는 구조적으로 애잔함과 슬픔이 
담길 수밖에 없다
노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잘 풀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