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한류 망치는 지름길

바람아님 2014. 9. 10. 09:26
서울에서 터키 언론사 특파원으로 활동해온 지난 4년 동안 남북한 문제나 삼성·현대 등 주요 대기업들을 주로 취재해 왔다. 이는 터키 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는 뉴스들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정치·경제 등 조금 딱딱한 주제 외에도 문화를 다루는 기사를 늘리고 있다. 한류에 힘입어 한국 스타들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종종 독자들로부터 한류 스타들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한다. 이에 따라 한류 배우들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기사를 쓰고 있다. 출연한 영화들은 물론 스타들의 삶에 대한 것도 좋은 기사거리다.

그런데 최근 모 남자배우와 관련된 협박 사건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배우가 술자리에서 했던 부적절한 농담을 인터넷에 공개하겠다며 거액을 요구한 사건이다. 스타들의 사생활과 관련된 스캔들에 대해서는 큰 비중을 두지 않으려 하지만 특파원으로서 이를 외면할 수는 없다. 이번 사건을 접했을 때 할리우드 스타인 안젤리나 졸리,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이 연상됐다.

졸리는 ‘식스티 세컨즈’란 영화에 한국의 국민 사위인 니콜라스 케이지와 함께 출연한 배우다. ‘툼 레이더’ 시리즈를 통해 많은 영화팬들의 사랑을 얻었다. 졸리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영화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일 것이다. 이후 졸리의 사생활은 언론에 더욱 많이 노출됐다. 졸리가 벌여 온 인도주의 봉사활동은 특히 그의 명성에 큰 도움이 됐다.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 친선대사 등 졸리는 폭넓게 봉사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졸리가 1990년대 후반부터 마약을 복용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자 팬들은 큰 실망과 함께 안타까움을 표했다. 현재 졸리는 마약에서 벗어나 성실한 연예활동과 사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에 대한 평판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마약에 빠졌던 어두운 과거가 영원히 잊혀지긴 어렵다.

또 다른 사례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삶이다. 셜록 홈즈 시리즈의 열렬한 독자로서 다우니 주니어가 주연으로 등장한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을 아주 인상 깊은 영화로 평가하고 싶다. 그는 만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어벤져스’와 ‘아이언 맨 시리즈’에도 출연해 전 세계 청소년들의 우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역시 졸리처럼 마약과 관련된 불행한 과거를 갖고 있다. 90년대 마약 복용으로 여러 번 체포를 당했으며 재활치료 등을 통해 이를 극복했다. 현재 모범적인 연예인은 아니지만 적어도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을 보이며 이미지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요즘 한국의 유명 배우들은 한류 덕분에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으면서도 종종 바람직하지 못한 사생활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한류 스타들은 할리우드 스타들보다 더욱 절제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영화가 성공한 배경 중 하나가 서구와 달리 ‘자유’보다는 ‘도덕’을 중시한 측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의 한류 팬들은 동양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한 한국 영화를 통해 배우들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한다. 최근 일부 한류 스타들의 무절제한 사생활은 이런 이미지와는 동떨어져 있다. 이로 인해 자칫 한국 배우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을 만들 수도 있다. 한류 스타들을 사랑하는 팬의 입장에서도 한국발 스캔들에 관련된 기사를 점점 많이 송고하게 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 영화산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세계 영화시장에 도전하는 한국 영화가 더욱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이미지 관리가 필요하다. 한국 속담 중 ‘도둑 맞고 사립문 고친다’는 말이 있다. 때늦은 후회를 하지 않으려면 한국 영화계가 명심해야 할 말이다.



알파고 시나씨 2004년 한국에 유학 와 충남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외교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