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박정훈 칼럼] 그래도 산케이 지국장을 處罰해선 안 될 이유

바람아님 2014. 10. 3. 10:20

(출처-조선일보 2014.10.03 박정훈 디지털 담당 부국장)

'가학적 變態' 日 저질 언론, 비열하게 대통령 스캔들 조작
檢 명예훼손 조사 당연하지만 기소해도 有罪 판결 보장없어
'언론 탄압국' 汚名 쓸 소지도… 低質 쓰레기는 무시가 上策

박정훈 디지털 담당 부국장 사진일본의 B급 언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저질(低質)이다. 

요즘 일본서 발행되는 시사 잡지들의 한국 비방 보도를 보고 경악하는 일이 잦아졌다. 

대표 주간지라는 주간 분슌(文春)은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의 여성성(女性性)을 건드리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 제목은 '(박 대통령이) 사랑받은 경험이 적다. 남자 친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주간 신초(新潮)는 '박근혜의 고독한 밤'이란 제목 아래 '남동생은 각성제 5회 적발, 여동생은 사기로 

유죄'라는 부제(副題)를 달았다.

아사다 마오를 이긴다는 이유로 김연아도 인격 살인의 도마 위에 올랐다. 

한 석간신문은 김연아의 실력이 뛰어난 것이 '엉덩이가 크기 때문'이라는 기막힌 분석 기사를 내보냈다. 아베 바로 전에 총리를 지낸 노다 요시히코는 박 대통령을 '고자질하는 여학생'으로 비하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여성임을 겨냥해 무지막지한 언어폭력을 날린 것이다.

산케이(産經)신문 서울지국장의 '박 대통령 7시간 의혹' 보도가 논란을 불렀다. 이 기사 역시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여성을 못살게 굴면서 쾌감을 느끼는 것을 사디즘, 즉 가학증(加虐症)이라고 한다. 요즘 일본 B급 언론의 한국 공격을 보면 

변태(變態) 같은 가학 성향을 풍기는 경우가 잦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모욕하는 정치인 발언이 그렇고, 여자 대통령을 

건드리는 보도가 그렇다. 산케이 서울지국장의 기사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문제의 기사는 세월호 사고 날 박 대통령의 행적을 교묘하게 '스캔들'로 연결하고 있다. 산케이 지국장은 증권가 관계자를 

인용해 '(소문은) 박 대통령과 남성과의 관계에 관한 것'이라고 썼다. 언론 보도와 증권가 소문을 이리저리 짜깁기해 

'남녀 문제'의 냄새를 풍겼다. 대통령을 떠나 한 사람의 여성을 비열하게 헐뜯으려는 악의마저 느껴졌다.

물론 기사 내용은 사실과 달랐다. 세월호 사건 직후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 산케이 지국장이

지목한 정윤회씨도 그 시각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허위 사실을 근거로 남의 나라 대통령을 성적(性的)으로 모독한 것이다. 박 대통령 본인은 물론이겠지만 그 기사를 본 한국민의 모욕감도 컸다.

검찰이 산케이 지국장을 입건해 수사하는 것은 당연했다. 

시민단체 고발이 있었으니 검찰로선 응당 명예훼손 여부를 따져봐야 했다. 검찰은 산케이 지국장을 출국 정지시키고 몇 차례 

소환 조사를 했다. 문제의 기사를 더 악의적으로 한국어 번역한 번역자 집을 수색하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까지가 한계선인 것 같다. 검찰 수사는 이쯤에서 끝내는 것이 좋다. 아무리 산케이 지국장의 행태가 괘씸하더라도

기소까지 가는 것은 무리다. 국민감정을 만족시킬지는 몰라도 잃는 것이 더 크기 때문이다.

우선 법리(法理)상으로 확실하게 유죄판결을 받아낼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문제의 기사는 분명 허위 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죄의 요건에 해당된다. 다만 법원 판례는 언론사 기자에 대해선 폭넓은 보도의 자유를 인정해주고 있다. 설사 허위 

보도라도 '사실이라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면책(免責)시켜 주는 것이다.

따라서 산케이 지국장을 처벌하려면 그가 허위임을 알고도 보도했음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검찰이 그런 증거를 찾아냈다는

얘기는 아직 없다. 게다가 산케이 지국장을 기소한다면 '대통령의 연애' 운운한 설훈 의원도 수사하는 게 형평에 맞다. 

설 의원은 놔두면서 산케이 지국장만 기소한다면 공정성 시비를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국익 관점에서 손해가 크다. 당사자인 산케이신문은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핍박받는 언론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산케이와 대척점에 있는 아사히신문마저 한국 검찰을 비판하며 산케이 편을 든다. 실제로 기소까지 간다면 

일본 내 반한(反韓) 기류는 한층 강해질 것이 분명하다.

국제 여론도 결코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다. 언론인 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는 기소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국제사회에선 이 사건을 언론 자유 이슈로 보고 있다. 자칫 언론 탄압국의 이미지를 자초할 우려가 크다.

기소 여부를 고심 중인 검찰로선 아마도 박 대통령의 '감정'을 의식하고 있을 것이다. 

얼마 전 박 대통령은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며 자신을 향한 비방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말이 산케이 기사만 겨냥한 것은 아니겠지만 검찰에는 수사 지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으로선 참을 수 없는 모독이었을 것이다. 

대통령이란 자리를 떠나 여성, 그것도 미혼에게 '남성 스캔들'을 덮어씌우는 것 이상의 명예훼손은 없다. 

우리 국민이 느낀 모욕감 역시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저질 쓰레기는 무시하는 게 상책이다. 

동네 양아치 같은 비열한 도발에 정색하고 대응하다간 우리의 품격만 떨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