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김대중 칼럼] 議會정치의 판 새로 짤 수 없나

바람아님 2014. 9. 30. 09:16

(출처-조선일보 2014.09.30 김대중 고문)

대의·입법 不能 無자격 의원들로 정당은 害惡, 의회는 밑바닥 수준
정계 改編이 정치 살릴 유일한 길… 계파 간 편의주의적 野合 아니라
理念的 분화를 중심 테마로 삼아 서로가 서로에게 代案이 됐으면

김대중 고문대한민국의 의회(議會)정치는 한계에 왔다. 
정당의 행태나 국회의 효능 면에서 현재의 의회주의는 바닥을 치고 있다. 
현재의 구조로는 우리 정당정치는 국가나 국민에게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더 나을 정도로 해악적이다.
국민에게서 국회 해산, 국회 무용, 세비 반납, 의원 전원 사퇴 등의 요구가 거세게 터져나오고 있는 
이유다.

우리의 의회정치를 다시 살려내기 위해서는 일대 수술이 필요하다. 
국회의원 개개인의 개과천선(改過遷善)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 정치가 살아날 수 있는 길은 
판을 새로 짜는 것에 버금가는 정계 개편뿐이다. 구조를 바꾸고 바뀐 구조하에서 새로운 룰을 세우는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지금 우리 정치를 주도할 정치적 거물(巨物)이 없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다.그렇다고 마냥 구렁텅이로 몰려갈 수는 없지 않은가.

지난 대선을 전후해 '새정치'라는 이름의 바람이 불어 한때 거대 야당을 위협하는 존재로까지 부상(浮上)했었다. 
그것은 '안철수'가 잘나서가 아니라 그가 줄을 잘 잡은 때문이었다. 
하지만 꼼수에 능한, 대의(大義)는 관심 없고 소아(小我)에 집착한 야당이 새정치로 붕 뜬 '안철수'를 꾀어서 뒤통수를 치고 
새정치를 잡아먹었다. '안철수' 등의 역부족인가, '새정치'의 중과부적(衆寡不敵)인가?

그렇게 빼앗았으면 '새정치'의 간판으로라도 장사를 잘했어야지, 어느덧 국민은 안중에 없고 새정치는 잊었다. 
그래서 오늘 한국의 정치는 국민의 원성도 아랑곳하지 않는 막가파로 치닫고 있다. 
국민도 마찬가지로 어느덧 패싸움에 가담해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방향을 잃은 채 떠내려가고 있다.

의회정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세 가지가 기본이다. 
첫째, 의회정치 본래의 존재 이유인 대의(代議) 기능이다. 
견해가 다른 국민이 직접 충돌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대표자를 뽑고,
대표자들이 국민의 이해를 대변하는 동시에 절충하고 타협하고 조정하는 것이 대의정치다. 
그런데 지금은 대표자들이 오히려 대립을 더욱 예각화하는, 거꾸로 가는 상황이다.

둘째, 생산성, 즉 입법 기능이다. 
지금의 국회는 거의 불임(不妊)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못하고,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아무것도 할 생각이 없다. 
무엇을 결정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질 리더도 없고, 다소 미흡하고 불리하더라도 지도자의 결정을 수용하는 자세도 없다.

셋째, 우리 정치의 구성원, 구체적으로는 국회의원의 자질이다. 
의사가 분명하고, 의지가 굳고, 생각이 건전하며 교양이 있고, 전문 지식이 있는 인사들이 보이지 않는다.
세월호 유가족의 대리기사 폭행 사건에서 불거진 어느 야당 의원의 행태는 가히 시정잡배 수준이다. 
여야 간에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고 위엄이 있고 존경을 받을 만한 '신사(紳士)'가 없다. 
요즘은 권위는커녕 야유의 대상일 뿐이다. 국회의원의 근 3분의 1이 임기 중 선거법 위반 등으로 법의 소추를 받는 상황은 
저들이 일반 국민보다 훨씬 더 범법적(犯法的)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의회정치의 기본 룰도 지키지 않고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일부는 저질의 정치쇼를 업(業)으로 삼는 나라에서 의회주의의 
미래는 없다. 그렇다면 판을 흔들어 다시 짤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에서도 정치적 분화(分化)는 불가피하다. 이른바 친박(親朴)은 수명을 다했다. 
'박근혜'라는 기둥이 더 이상 정치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존의 친박은 새 길을 모색해야 한다. 
또 새누리당에도 진취적이거나 중도적이거나 또는 친박으로부터 오래 핍박(?)받아 온 사람들이 있다. 
TK·PK의 장기 집권에 지친 사람들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에는 더 이상 한 지붕 아래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친노(親盧)도 수명이 다해가고 있다. 강경 일색 좌향 일변도 친북 모드에 쏠려있는 친노로는 재집권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미 여러 선거에서 입증됐다. 
'안철수'가 아니더라도 새정치의 불씨를 되살릴 잠재력을 가진 인물들도 눈에 띈다. 
이런 상황은 정계 개편의 큰 밑그림이 될 수 있다. 
정계 개편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당(分黨)으로 제3, 제4 정당의 출현을 기대할 수도 있다.

다만 새로운 개편은 단순히 계파끼리의 편의주의적 야합이나 이해관계로 얽힌 캄풀주사식 합종연횡이어서는 곤란하다. 
이념적 분화가 중심 테마였으면 좋겠다.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 영국의 보수당과 노동당, 독일의 기민당과 사민당, 
프랑스의 대중운동연합과 사회당, 일본의 자민당과 민주당같이 보수주의와 사회주의를 기본 축으로 갈린, 
서로가 서로의 대안(代案)이 될 수 있는 그런 분화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현재 일부 정치인의 작태를 보면 그것은 난망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그런 지향점을 가진 정계 개편이 있었으면 좋겠다. 
개헌 작업이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