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그림이 있는 아침]자연의 품에 안기다

바람아님 2014. 10. 29. 10:21

                   

 

조반니 세간티니의 ‘알프스의 정오’(1892, 생모리츠 세간티니미술관)


19세기 이탈리아 최고의 화가 조반니 세간티니의 삶은 운명의 장난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떠돌이 장사꾼인 아버지는 26살 연하의 어머니와 아이들을 극빈의 상태 속에 방치한 채 떠돌다 숨을 거뒀고 섬약한 어머니는 병을 얻어 7세의 아이를 남긴 채 세상을 떴다.

길거리에서 노숙하던 아이는 경찰에 잡혀 소년원에 보내졌다. 읽고 쓸 줄 몰랐지만 아이의 비범한 그림 솜씨를 발견하고 자신감을 불어넣은 것은 그곳 신부였다.

무지한 그의 누이가 실수로 이탈리아 시민권을 포기한 것도 이때였다. 이로 인해 그는 평생 세리의 추적을 피해 알프스 고원지대에서 은둔자로 살아야 했고 사랑하는 이와 결혼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 은둔의 삶이 그로 하여금 자연의 본질에 눈뜨게 해줬다. 운명의 신이 그에게 내린 유일한 선물이었다. 그는 41세 때 병을 얻어 일찌감치 자연으로 돌아갔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