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그림이 있는 아침] 소싸움에 담긴 뜻

바람아님 2014. 11. 1. 09:31

 

 

대숭의 ‘투우도’(8세기 말, 타이베이 고궁박물원)


오른쪽 소는 다부지게 앞을 향해 머리를 치밀고 있다. 거침없는 승자의 기세다. 왼쪽 소는 뒷모습을 보이며 도망치고 있다. 같은 방향으로 도망쳤다가는 뿔에 받혀 죽기 십상이다. 그래서 패자는 옆으로 피해 반대 방향으로 머리를 틀었다. 머리끝이 쭈뼛쭈뼛 설 것 같이 아슬아슬하다.

당나라의 화가 대숭(戴嵩)이 그린 ‘투우도’다. 대숭은 소의 기세를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 소 무리 속에 들어가 그 습성을 유심히 관찰했다고 한다. 그가 그린 소싸움이 어찌나 손에 땀을 쥐게 했던지 ‘모골송연(毛骨悚然)’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겨날 정도였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화가가 승자와 패자에게 똑같이 화면을 배분하고 있다는 점이다. 승자와 패자를 그렸다기보다 우직한 승자와 지혜로운 패자를 묘사한 것으로 읽힌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은 우직함도 지혜로움도 아닌 둘 사이의 조화라는 점을 넌지시 일깨우고 있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