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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나의 서양미술산책] [35] 이집트의 셀케트 여신

바람아님 2014. 11. 2. 18:48

(출처-조선일보 2009.12.29  김영나 서울대교수·서양미술사) 


 셀케트 여신.


20세기 고고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발굴은 1922년 영국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에 

의한 이집트의 파라오 투탕카멘의 무덤이다. 

기원전 14세기에 태어난 투탕카멘은 9세에 왕위에 올라 18세에 죽은 왕으로,

무덤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이름조차 기억 못 했을 어린 왕이었다. 


나일강 서쪽 '왕의 계곡'에서 발견된 이 무덤은 대부분 이미 도굴된 

다른 파라오들의 무덤과는 달리 밀봉 이후 아무도 묘실(墓室)과 보고(寶庫)에 

침입한 적이 없어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들어가는 문을 처음 연 카터는 당시를 이렇게 기록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안 보였다…. 

그러나 점점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면서 방안의 것들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상한 동물들, 조각과 금…. 어디에나 황금이 번쩍이고 있었다."


파라오의 시신은 세 겹의 관 속에 있었는데 맨 안쪽 관의 순금만 해도 약 114kg에 

달한다는 사실은 고대 이집트 무덤에 왜 도굴꾼이 들끓었는지 이해가 된다. 

투탕카멘의 무덤에서는 이 외에도 약 5000여 점의 전차(戰車), 아름다운 가구, 

장신구와 공예품, 조각 등이 발견되어 당시 이집트 왕실의 호화로움을 보여준다.


가장 눈길을 끄는 조각은 셀케트(selket) 여신상이다. 

약 90㎝ 높이의 이 여신상은 도금된 네모난 상자의 면에 두 손을 벌려 보호하는 

자세로 서 있는데, 그 상자 안에는 파라오의 신체 내부의 장기를 담아둔 항아리가 

들어 있다. 

전갈의 머리 장식을 한 셀케트 여신은 죽은 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 여신상의 표현에서 특이한 점은 거의 모든 이집트 조각이 정면 부동상인 데 비해 고개를 약간 옆으로 돌리고 서 있는 

것이다.이러한 변화는 왼쪽과 오른쪽 높이를 조금씩 다르게 처리한 겉옷과 더불어 좌우대칭의 딱딱함을 훨씬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몸에 딱 달라붙은 옷 역시 굴곡 있는 신체를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 품위를 가지면서 섬세하고 고혹적인 

이 여신상은 약 3300년 전의 이집트 공예가들이 얼마나 뛰어난 기술과 감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짐작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