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뉴욕 시내에 있어서 가끔 학생들과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가서 수업했었다.
'바우하우스 계단'에 모여서 근대 디자인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피카소의 그림을 보면서
'시간'과 '생각'이라는 개념을 설명해 주곤 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그런 수업을 한 지가 벌써 몇 년이 되었다.
미술관이 연중무휴 전 세계에서 온 방문객들로 인산인해여서 설명은커녕 조용히 그림을
관람하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만큼이나 많은 사람이 기념사진을 찍느라고 동선과 관람을 방해하고 있다.
미술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명하다는 성당, 공원, 심지어는 레스토랑에서도 행태는 비슷하다.
사진을 찍고 인터넷에 올리느라 음식은 식고 옆 테이블에 피해를 주며 레스토랑 분위기는 망가진다.
스마트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하면서 앞을 보지 않고 걸어 다니다가 접시를 든 웨이터와 충돌하기도 한다.
성당에서 조용한 시간을 가질 수 없고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어렵다.
더 이상 성당이 성당이 아니고 공원은 공원이 아니며, 미술관도 미술관이 아니다.
모두 관광지일 뿐이다.
여행에서 명소를 찾는 것은 관광객의 당연한 심리다. 하지만 남들과 비슷비슷한 장소를 방문하는 것은 쿨하지 않다.
어느 장소를 방문하건 그저 사진만 찍고 기념하는 것은 더군다나 아쉽다.
단 한 곳을 방문하더라도 좀 더 공부하고,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오감으로 느낀다면 그 경험과 만족은 극대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