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일사일언] 나무가 열매를 보듬듯

바람아님 2014. 12. 6. 18:59

(출처-조선일보 2014.12.04 김재원 KBS 아나운서)


김재원 KBS 아나운서'6시 내 고향'을 진행하며 얻는 유익은 제철 먹거리를 때맞춰 확인하는 것이다. 
시설 재배로 뭐든 사시사철 생산되면서 아이들도 사회시간에 제철 과일 외우는 걸 힘들어하는 
세상이 됐다. 뭘 언제 먹어야 제맛인지 헷갈리는 세상에 '6시 내 고향'만큼 실물 동영상으로 
제철 농수산물을 알려주는 프로는 없다. 
제철이 최고의 맛을 낸다니 직접 먹어보기까지 하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 무척 아쉽다.

최근 과수원집 아들이었던 목사님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사업을 하다가 과수원을 하게 된 아버지를 따라 청소년 시절 감나무 농사를 돕던 때 배운 것들이 
이제야 온전한 지혜가 됐다고 자랑 아닌 자랑을 하였다.

"흔히 까치가 쪼아 먹은 상처 난 감이 맛있다고 하잖아요. 
마치 까치가 다디단 감을 잘 알고 쪼아 먹은 것처럼 말들 하는데, 까치가 어찌 알겠어요? 
열매가 다치고 나면 맛있어지는 거죠. 
나무가 상처 난 열매가 안쓰러워서 살려보려고 영양분을 과다 공급하는 거랍니다. 
열매 생각하는 건 나무밖에 없다니까요."

나무는 부모의 마음으로 열매의 상처가 안타까웠나 보다. 
뿌리로부터 영양분을 끌어들여 상처 난 열매를 보듬어 보려고 무리해서 양분을 보낸단다.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도 자기 자식 보듬을 줄 알건만 하물며 사람이랴. 
가을 내내 수시 떨어진 자신과 친구들을 격려하며 위로 연습을 하던 아들은 수능에서 원하는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코 빠트리고 속상해하는 아들을 실수 몇 개 했다고 혼낼 수 있을까? 
실수가 실패로 이어지는 교육제도에서 누구의 잘못이냐 따지는 것을 뒤로하고 마음에 생채기 난 아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실패가 아님을 깨닫도록 격려의 영양분을 과다 공급하는 수밖에 없다.
[일사일언] 나무가 열매를 보듬듯
나무는 열매를 소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눠주기 위해서 맺는단다. 
특히 열매를 따지 않고 그냥 놔두면 나무는 골병들어 죽게 된다
결국 우리의 삶이 나무라면 작은 열매라도 맺어 남을 주기 위함이 아닐까? 
'아들아, 지금의 이 아픔은 분명 너에게 좋은 거름이 될 거다. 
부디 커서 좋은 나무처럼 배워서 남 주는 사람이 되어라. 
못난 아빠가 아빠도 못한 걸 부탁하는구나. 그래도 고맙다,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