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12.17 조재현 배우·경성대 교수)
십여 년 전만 해도 배우 지망생은 영화나 TV에 출연하기 전에 연극 경험을 통해 연기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스타들은 대부분 카메라에 익숙해지는 연기를 먼저 습득하고
나서 바로 드라마나 영화 현장에 투입된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할 수는 없지만,
2시간가량 하나의 호흡으로 연기를 해보는 것이 배우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지금은 연극 무대, 더구나 소극장 무대에서 스타들을 만나본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 됐다.
소속사도 배우도 금전적 손해와 실패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심지어 연극으로 이름이 알려진 뒤 다른 장르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조차
좀처럼 무대로 돌아오기가 쉽지 않다. '잘해야 본전'이란 생각이 지배적이고,
두 달 가까이 대본을 외우고 연습을 한 뒤 또다시 두 달 정도 공연한다는 것이
상당한 두려움과 스트레스로 다가올 것이다.
그런데 최근 공연계에서 눈이 번쩍 뜨이는 배우 두 명이 있다.
어려운 결심을 하고 대학로 무대에 선 공효진과 강혜정이다.
TV·영화의 톱스타인 그들이 더블캐스트로 주연을 맡은 연극 '리타'는 연일 연극 분야 예매 랭킹 1위를 달리며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난 두 후배 여배우에게 이렇게 말해줬다.
"너희의 연극 선택이 동료나 선후배들에게 좋은 모범 사례로 남기를 바란다"고 말이다.
브로드웨이에서 한참 벗어난 오프 오프 브로드웨이의 작은 소극장에서 올린 연극이었다.
해외 영화계의 숱한 명배우가 그렇게 틈만 나면 무대에 선다.
이미 스타로서 대중의 사랑을 받았지만 거기에 익숙한 자신을 내려놓고,
스스로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벌거벗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고독한 무대를 찾는 것이다.
공효진과 강혜정의 연극은 일단 성공적이지만, 환호와 칭찬만이 이들이 원하는 바는 아닐 것이다.
때론 부족함도 실수도 지적받아야 한다.
그래야 그녀들이 올겨울 선택한 연극 무대가 연기 인생 속에서 옥돌처럼 소중하게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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