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책·BOOK 1304

대한민국은 왜 200년 전 꼰대 독일 철학자에 빠졌나

조선일보 2023. 12. 30. 03:02 [아무튼, 주말] 연말 서점가 휩쓰는 쇼펜하우어 열풍 “현명한 사람은 적절한 거리를 두고 불을 쬐지만, 어리석은 자는 불에 손을 집어넣어 화상을 입고는 고독이라는 차가운 곳으로 도망쳐 불이 타고 있다고 탄식한다.” 독일의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는 사회를 ‘불’에 비유했다. 인간관계에서 꼭 필요한 것은 ‘정중함과 예의’라고도 했다. 그는 ‘고독’을 찬양하고 ‘허영심’을 경계했다. 괴팍하고 냉소적이던 200년 전 독일 철학자에게 2023년 대한민국이 푹 빠졌다. 현재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위는 강용수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8위는 쇼펜하우어의 책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 19위도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섹스리스? 젊은 애들이 무슨”…Z세대는 ‘피 끓는’ 20대 아닙니다 [Books]

매일경제 2023. 12. 23. 06:09 온라인 소통 익숙해진 Z세대 밀레니얼보다 성 생활 소극적 남성 30% 1년간 성관계 안해 베이비붐·X·MZ·알파세대 등 동시대 사는 여섯 세대 분석 제너레이션 / 진 트웬지 지음 / 이정민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펴냄 사일런트, 베이비붐, X, 밀레니얼, Z, 알파…. 동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우리는 6개의 세대로 나뉜다. ‘제너레이션’은 세계적인 사회심리학자인 진 트웬지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심리학과 교수가 세대란 무엇이고 세대가 낳는 결과는 무엇인지 자신의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책이다. 그렇다고 고리타분한 연구 보고서는 아니다. 다양한 사례와 일화를 중심으로 현존하는 세대 각각의 성장 과정과 사회적 배경, 특징을 집요하게 파헤쳐 유쾌하게 풀어냈다. 그러면서 무..

지금 한반도는 동아시아의 발칸?

중앙SUNDAY 2023. 12. 16. 00:01 이 책은 2009년 나온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 1·2』의 연장선에 있다. 위 책이 전통과 근대 2000여 년에 걸친 아시아 대륙과 한반도 사이 전쟁과 평화의 역사상을 정리한 것이라면, 이번 책은 전후 동아시아 전쟁과 평화의 구조에 관해 저자 고유의 해석을 제시한 것이다. 전후 동아시아 질서의 역사적 성격을 냉전과 탈냉전의 문제와 전적으로 분리하지 않으면서도, 보다 총체적이고 풍부한 방식으로 개념화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한 끝에 저자는 ‘대분단체제’라는 개념을 제시하기에 이른다. 저자에 따르면 동아시아 대분단체제는 공산화된 중국대륙을 한편으로 하고 반대편에 미·일 동맹이 서 있는 구조다. 미·일 간 태평양 전쟁이 있긴 했지만, 1854년 페리 함대가 일..

[하루천자]정여울의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3>

아시아경제 2023. 11. 29. 06:02 편집자주 - 알랭 드 보통은 “예술의 의외로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고통을 보다 잘 견디는 법을 가르쳐준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예술의 치유 기능이다. 그림에는 보는 이로 하여금 자기 삶의 이야기를 투영하는 동시에 모든 고락을 아름다운 빛과 색채로 승화시키는 힘이 있다. 작가 정여울은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미술관에 오면 일희일비하던 마음이 차분해지고 삶의 빛과 그림자를 더 또렷이 바라볼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의 3관 ‘빛의 언어로 그려낸 세상 모든 풍경들’에서는 클로드 모네, 조르주 쇠라, 에드바르 뭉크, 구스타프 클림트, 에드워드 호퍼, 잭슨 폴록, 카라바조에 이르기까지 풍경과 정물을 그린 화가들의 다채로운 빛의 언어를 깊..

[사진의 기억] 늙은 흰 말이 전하는 말

중앙SUNDAY 2023. 8. 19. 05:24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눈보라가 친다. 다른 말들은 모두 마구간으로 대피시켰다. 언제 죽어도 괜찮은 백마만 덩그러니 혼자 벌판에 남겨져 있다. 바람이 매섭다. 눈덩이가 늙은 말의 뺨을 때린다. 세월에 찌들어 벗겨지고 퇴색된 백마의 털과 피부가 흰 눈발, 바람, 구름과 어울려 하나가 된다. 머지않아 새로운 세상을 찾아갈 때는 이런 눈발을 타고 가는가 보다.’ 늙은 백마를 수개월 동안 사진에 담은 사진가 박찬원의 작업노트 일부다. 그는 십여 년 넘게 하루살이, 돼지, 말, 젖소 등 동물들에게서 ‘생명의 의미, 삶의 가치’를 찾는 작업을 지속해 온 특이한 사진가다. 사진가로 활동하기 이전에는 대기업 CEO와 마케팅 전문가로 이름이 양명했다. 사진가는 루비아나를..

그림과 음악으로 세상과 소통한 예술가의 인생 속으로[서평]

한경비즈니스 2023. 8. 13. 06:01 최근 시즌2를 예고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 게임〉에서는 456명의 사람들이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에 자신의 목숨을 걸고 도전한다. 선혈이 낭자한 죽음의 게임장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을 비추며 울려 퍼지는 경쾌한 ‘쿵짝짝’ 3박자의 왈츠 음악. 바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으로, 잔인하고 긴장감 넘치는 상황과 모순되어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단순히 음악과 그림만 듣고 보았을 때의 강렬함도 인상적이지만, 그 작품을 만들어낸 예술가의 삶과 철학을 함께 알고 본다면 같은 작품도 색다른 시각으로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의 대표곡이기도 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은 오스트리아가 프로이센과의 전쟁(1866년)에..

“엄마는 양공주였지만 부끄럽지 않아… 나한테는 영웅이니까”

조선일보 2023. 8. 12. 03:03 [아무튼, 주말] [박돈규 기자의 2사 만루] ‘전쟁 같은 맛’으로 전미도서상 후보 한국계 미국인 사회학자 그레이스 조 엄마는 양공주였다. 부산 어느 기지촌에서 청춘을 보냈다. 이름은 군자(1941~2008). 사회학자인 딸 그레이스 조(Grace M Cho)는 엄마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6·25전쟁, 가족 상실, 굶주림, 미군 기지촌, 혼혈아 출산, 미국 이민, 사회적 죽음 등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몸과 정신에 진열해 놓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레이스 조는 미국 브라운대를 졸업한 뒤 하버드대에서 교육학 석사를 받았고 현재는 뉴욕시립대 사회학·인류학 교수다. 엄마의 생애를 복기한 회고록 ‘전쟁 같은 맛(Tastes Like War)’은 2021년 전미도서상..

셰익스피어 말에서 따온 책 제목…이승만 넘어 수십명의 평전 읽는 느낌

한국경제 2023. 7. 31. 00:07 '물로 씌어진 이름' 어떤 작품 큰 성과는 물처럼 흘려버렸지만 과오는 주홍글씨처럼 각인됐단 뜻 디테일한 20세기 국제정치 해설서 '매카시즘' 매카시 새 면모 파헤치기도 복거일 작가의 (사진)은 이승만 일대기 형식의 전기대하소설이다. 하지만 ‘이승만 전기’로만 규정짓는 건 장르의 폭력일 듯 싶다. 인물사를 넘어 독립투쟁사 세계전쟁사 국제정치사가 망라된 지적 산물이다. 방대한 사료와 지식에 기초한 명료한 전개가 보석처럼 빛난다. 이처럼 손에 잡히는 독립투쟁사와 건국사는 없었을 듯하다. 이보다 쉬우면서 통찰적인 20세기 국제정치 해설서도 만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승만-트루먼, 히틀러-롬멜 등 역사 속 수많은 인물의 생생한 면모는 수십 명의 평전을 읽는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