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2024. 2. 24. 00:21 [작품편 93.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샬롯의 여인 성 에우랄리아 에코와 나르키소스 일레인은 노래를 불렀다. 그건 어릴 적 어머니가 들려준 사랑 노래였다. 그녀는 음에 맞춰 몸을 가볍게 움직였다. 사랑한다, 보고 싶다는 식의 가사를 가만히 곱씹었다. 그러다 보면 이 갑갑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었다. '너는 네 눈으로 바깥세상을 보면 죽으리라.' 일레인은 수년 전에 걸린 신의 저주를 잊지 못했다. 그녀가 잘못한 건 없었다. 그저 신이 질투할 만큼 예뻐지고 있다는 게 죄라면 죄였다. 일레인은 신의 음성을 들은 그날 이후 지금껏 햇빛을 보지 못했다. 아서왕이 사는 성(城) 카멜롯 근처의 샬롯섬 탑에 갇혀있었다. 일레인은 이곳에서 홀로 천을 짜며 살았다. 물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