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1342

법학도 때려치고 쓱쓱 …피카소가 대놓고 질투한 라이벌로 우뚝 [0.1초 그 사이]

헤럴드경제  2024. 5. 11. 00:11 ⑧ 앙리 마티스  생 로랑 소장 ‘노란꽃…’ 692억 낙찰 정규 교육 못받아도 ‘야수파 거장’ 인정 거트루드·피카소 등 작품 가치 알아봐 패션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그 이름,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1936~2008). 한국에서는 줄여서 ‘입생로랑’으로 알려진 명품 브랜드 창립자인 그가 유명을 달리하고 만 이듬해,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직접 참여할 정도로 각별한 관심을 가진 행사가 열렸습니다. 바로 이브 생 로랑의 소장품 경매였죠. 경매가 진행된 당시 2009년은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를 강타한 해였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만큼은 불황도 비켜간 ‘세기의 경매’가 이뤄진 건데요. 낙찰 총..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530] 라비니아 폰타나와 자녀들

조선일보  2024. 5. 7. 00:09 당대 이탈리아 최고의 화가였던 라비니아 폰타나(Lavinia Fontana·1552~1614)가 그린 로마 귀부인 비앙카 마셀리와 자녀들이다. 이들의 호화로운 차림새뿐 아니라 폰타나에게 초상화를 주문했다는 걸 봐도 이 집안의 부를 짐작할 수 있지만, 21세기 대한민국 기준으로는 다자녀만으로도 이미 부자 인증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을 상상도 못하던 시절에 폰타나는 볼로냐 최고 화가의 딸이었던 덕에 재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딸의 천부적 소질을 일찍 알아본 부친은 제자와 폰타나를 맺어주며 결혼 후에도 부부가 친정에 살면서, 남편이 아내의 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아니나 다를까 폰타나 앞으로 귀족들이 줄을 서서 초상화를 주문했고, 폰타나는 마침내..

“죽은 아내 돌려주세요” 꽃미남의 눈물 호소…‘비장의 무기’ 꺼낸 사연[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오르페우스 편]

헤럴드경제  2024. 5. 4. 00:11 리라를 든 음유시인영웅 음악으로 세이렌 맞서고 명계王 하데스까지 홀려 “뒤돌아보지 말라” 경고 끝내 참지 못하고 결국… 불행한 결과-비참한 최후 ※이번 기사는 평소보다 약간 더 깁니다. 더 많은 에피소드, 더 풍부한 예술가와 작품을 소개하고픈 마음 탓이라고 생각해주시고,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편안한 연휴 보내세요. 피에르 마르셀 베로노(Pierre Marcel-Beronneau·1869~1937)는 〈오르페우스와 하데스〉를 통해 이 장면을 그렸다. 저승에서 홀로 후광을 받는 오르페우스가 눈을 감고서 음을 만들고 있다. 그 위에 앉아있는 이가 하데스로 보인다. 그리고, 오르페우스가 악기를 들자 지하 세계의 모든 인간과 괴물이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다. 피터 프리스..

“너만은 믿었는데!” 30년 단짝친구의 돌발행동?…곧장 갈라선 사연[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폴 세잔 편]

헤럴드경제 2024. 4. 20. 00:11 [작품편 101. 폴 세잔] 천 위에 올려진 사과 살인 사과와 오렌지 "에밀 졸라, 이 나쁜 자식!" 폴 세잔이 분노를 참지 못했다. 그의 목소리는 좁은 작업실에서 메아리처럼 울렸다. 세잔은 손에 든 책을 구길 듯 꽉 쥐었다. 그것은 그의 단짝이자 잘나가는 작가, 에밀 졸라가 쓴 소설 〈작품(The Masterpiece)〉이었다. 세잔도 처음에는 졸라가 보낸 이 책을 반갑게 펼쳤다. 그런데, 종이를 넘길수록 기분이 묘해졌다. 책 속 주인공은 가상 인물 클로드 랑티에였다. 나름 안목과 확고한 철학이 있지만, 세상의 인정을 좀처럼 받지 못하는 비운의 화가였다. 랑티에는 그림을 그릴수록 놀림만 받기 일쑤였다. 야심차게 전시회에 나섰지만, 이 또한 결과적으로 조롱만 ..

억눌린 분노의 상징[이은화의 미술시간]〈315〉

동아일보 2024. 4. 17. 23:30 미국 워싱턴에 있는 필립스 컬렉션은 미국 최초의 현대미술관이다. 1921년 미술품 컬렉터였던 덩컨 필립스가 설립했다. 인상파 이후 유럽 현대미술을 가장 먼저 미국에 소개한 이곳은 현재 5000점이 넘는 소장품을 자랑하고 있다. 그중 필립스가 가장 위대한 그림이라고 칭송한 작품이 있는데, 바로 오노레 도미에의 ‘봉기’(1848년경·사진)다. 부호 컬렉터는 어째서 민중 봉기를 그린 그림에 매료됐을까? 필립스는 피츠버그의 대부호 집안에서 태어났다. 사업보다는 가문의 돈을 잘 쓰는 데 진심이었던 터라 열정적인 미술품 수집가가 되었다. 30대 초 아버지와 형을 차례로 잃고 깊은 상실감에 빠진 그는 자택 안에 가족을 기리는 필립스 메모리얼 갤러리를 설립했다. 화가 마저리 ..

아내 버리고 29살 연하와 밀애…1000억 훌쩍 ‘전성기 작품’ 수두룩 [0.1초 그 사이]

헤럴드경제 2024. 4. 6. 23:59 수정 2024. 4. 7. 00:41 ⑦ 파블로 피카소 첫 아내 올가·전성기 이끈 마리… 끝나지 않는 여성편력이 작품으로 [0.1초 그 사이]는 역대급 몸값을 자랑하는 작품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한 작품이 명성을 얻게 되는 데는 작품성을 넘어선 그 ‘어떤 것’이 필요합니다. 안목이 뛰어난 컬렉터나 큐레이터의 손을 거치는 것은 물론 스캔들, 법적 분쟁, 도난 사건, 심지어 예술계를 뒤흔든 저항까지…. 작품의 명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이처럼 다양합니다. 그리고 평판 높은 이런 미술품들은 단 0.1초 차이로 행방이 갈라지게 되죠. ‘찰나의 순간’으로 승부가 나뉘는 치열한 미술시장에서 선택받은 그림들, 그 안에 얽힌 속사정을 들려드립니다. “할아버지의 걸..

“여보, 이제 그만좀” 5살 연하 아내 졸졸 따라다닌 방구석男, 무슨 생각인가 했더니[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빌헬름 하메르스회 편]

헤럴드경제 2024. 4. 6. 00:12 [작품편 99. 빌헬름 하메르스회] 휴식 책상 앞에 있는 여인 이젤이 있는 인테리어 그녀는 겨우 마음먹은 대청소를 끝낸 걸까. 간만에 텃밭 한 바퀴를 돌며 잡초를 뽑고 들어온 것일까. 그게 아니면, 종종 참석해야 하는 모임에서 힘을 다 빼고 돌아온 것일까. 그녀를 지치게 한 게 뭐였든, 당장은 해방의 순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속 편히 머리카락을 묶어 올렸다. 옷 또한 평소 쉴 때나 입던 투박한 블라우스와 치마로 갈아입었다. 그런 다음 손에 잡히는 의자에 몸을 맡겼다. 상체를 등받이에 바짝 기댄 채, 이것만으로는 아쉬워 오른팔을 그 모서리에 살짝 얹었다. "이제 좀 살겠어…." 그녀의 혼잣말이 들리는 듯하다. 그간 할 만큼 했으니, 이 순간만큼은 멍하게..

“저 사람이 내 아빠예요?” 도끼눈 뜬 막내딸…‘이 가족’ 가슴 아픈 사연[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일리야 레핀 편]

헤럴드경제 2024. 3. 30. 00:11 [작품편 98. 일리야 레핀]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이반 4세와 그의 아들 신병 배웅 그날은 기분 좋은 휴일이었다. 소파에 등을 기댄 노인은 조용히 콧노래를 불렀다. 피아노에 손을 올린 여인은 그 음에 맞춰 동요부터 민요, 유행가까지 막힘없이 연주했다. 아이들은 발끝에 닿는 햇빛을 문지르며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카메라가 있다면 그대로 찰칵 찍은 뒤 액자에 모셔두고 싶은 순간이었다. 부엌에선 앞치마를 두른 하녀가 경쾌하게 도마를 두드렸다. 이어 고소한 냄새가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 음식이 다 된 모양이었다. 이들은 식사 후 나들이를 갈 생각이었다. 잔디밭에 자리를 깔고 따뜻한 홍차를 마실 요량이었다. "사모님, 지금…." 시작은 하녀의 조심스러운 노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