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 5242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11] 불교의 가르침

조선일보  2024. 5. 12. 23:54 Leonard Cohen ‘Anthem’(1992) 많은 오해와 논쟁이 있었지만, 불교는 엄연히 종교다. 다만 신(神)이 아니라 법(法)을 따를 뿐이다. 나 자신에 대한 모든 집착을 해체함으로써 진정한 나를 찾아 세운다는 그 법은 서구의 지식인·예술가들에게도 굉장히 매력적으로 수용되었다. 스티브 잡스는 일본 선종에 심취했으며 불교 관련 영화에도 출연한 리처드 기어나 스티븐 시걸은 티베트 불교의 수행자다. 캐나다가 낳은 위대한 음유 시인 레너드 코언은 어린 시절부터 유대교 회당에서 공부한 리투아니아계 유대인이다. 그는 그냥 하는 말로 음유시인이 아니라 뮤지션으로 데뷔하기 이전에 이미 등단한 시인이자 소설가였고, 성경적 상상력에 의거한 많은 아름다운 가사를 썼다...

[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바닷가 돌탑에 쌓아 올린 가족의 희망

한국일보  2024. 5. 13. 04:32 언제부터인가 사찰 주변에서나 볼 수 있던 돌탑이 참 많이도 생겨났다. 사람들이 재미 삼아 시작한 돌쌓기가 규모가 확대되면서 저마다의 사연과 흔적들이 켜켜이 쌓인 결과일 것이다. 돌탑 하면 먼저 생각나는 곳이 진안 마이산 탑사이지만, 아기자기한 돌탑은 강원 인제군의 백담사가 으뜸이다.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사람들이 수양을 위해 사찰 앞 강가에 쌓은 크고 작은 돌탑은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를 남기며 명소로 자리 잡았다. 지난주 인천 영종도 하나개해수욕장 옆 바닷가에서도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돌탑을 발견했다. 바닷가에서 본 돌탑은 이전에 흔히 봐왔던 그것과는 느낌이 아주 달랐다. 시시각각 밀려드는 파도와 세차게 부는 바닷바람, 그리고 날카로운 갯바위 위에 위태롭게 서 있..

꾀꼬리 소리에 붉은 연등도 화들짝…부처님오신날 앞둔 각원사 [조용철의 마음풍경]

중앙일보  2024. 5. 12. 07:00 늘어선 연등마저 졸리운 산사의 오후 암수 화답하는 꾀꼬리 소리 울려 퍼진다. 하늘빛 샘물 위에 고요히 번지는 파문 졸음에 겨운 붉은 연등이 화들짝 놀라 깬다. 졸지 말고 수행하라 부처님 가르침 따라 흰 구름도 샘물 위에 제 모습 비춰 본다. ■ 촬영정보 「 며칠 앞으로 다가온 부처님오신날, 충남 천안 각원사. 렌즈 24~70mm, iso 100, f10, 1/125초. 」 https://v.daum.net/v/20240512070048284꾀꼬리 소리에 붉은 연등도 화들짝…부처님오신날 앞둔 각원사 [조용철의 마음풍경] 꾀꼬리 소리에 붉은 연등도 화들짝…부처님오신날 앞둔 각원사 [조용철의 마음풍경]늘어선 연등마저 졸리운 산사의 오후 암수 화답하는 꾀꼬리 소리 울..

법학도 때려치고 쓱쓱 …피카소가 대놓고 질투한 라이벌로 우뚝 [0.1초 그 사이]

헤럴드경제  2024. 5. 11. 00:11 ⑧ 앙리 마티스  생 로랑 소장 ‘노란꽃…’ 692억 낙찰 정규 교육 못받아도 ‘야수파 거장’ 인정 거트루드·피카소 등 작품 가치 알아봐 패션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그 이름,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1936~2008). 한국에서는 줄여서 ‘입생로랑’으로 알려진 명품 브랜드 창립자인 그가 유명을 달리하고 만 이듬해,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직접 참여할 정도로 각별한 관심을 가진 행사가 열렸습니다. 바로 이브 생 로랑의 소장품 경매였죠. 경매가 진행된 당시 2009년은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를 강타한 해였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만큼은 불황도 비켜간 ‘세기의 경매’가 이뤄진 건데요. 낙찰 총..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530] 라비니아 폰타나와 자녀들

조선일보  2024. 5. 7. 00:09 당대 이탈리아 최고의 화가였던 라비니아 폰타나(Lavinia Fontana·1552~1614)가 그린 로마 귀부인 비앙카 마셀리와 자녀들이다. 이들의 호화로운 차림새뿐 아니라 폰타나에게 초상화를 주문했다는 걸 봐도 이 집안의 부를 짐작할 수 있지만, 21세기 대한민국 기준으로는 다자녀만으로도 이미 부자 인증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을 상상도 못하던 시절에 폰타나는 볼로냐 최고 화가의 딸이었던 덕에 재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딸의 천부적 소질을 일찍 알아본 부친은 제자와 폰타나를 맺어주며 결혼 후에도 부부가 친정에 살면서, 남편이 아내의 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아니나 다를까 폰타나 앞으로 귀족들이 줄을 서서 초상화를 주문했고, 폰타나는 마침내..

[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사랑의 향기를 담은 등나무꽃

한국일보  2024. 5. 6. 04:31 어느 황량한 골목길을 지나가는데 낯선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그 향기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니 녹슨 창살과 금이 간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골목길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러나 이 황량함을 뒤덮는 듯 무성한 등나무 덩굴이 담벼락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그 사이사이로 자태를 드러낸 보라색 꽃들은 용 비늘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여름철 햇빛을 가려주는 ‘그늘막’ 등나무였지만, 그날은 꽃의 아름다움을 맘껏 발산하고 있었다. 4~5월에 피는 이 꽃은 포도송이처럼 탐스럽게 매달려 있었고, 은은한 향기는 온 골목을 가득 채웠다. 무심코 지나가던 사람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그 아름다움에 취했다. 누군가 먼저 휴대전화를 꺼내 꽃을 촬영하기 시작했고, 곧이어 주변 사람들도 사진에 담기 바빴..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10] 천조국(千兆國)

조선일보  2024. 5. 6. 00:11 Black Sabbath (1970)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또한 계속되는 가운데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새로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중국이 2027년 내로 대만을 무력 점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중이다. 인류 역사에서 전쟁을 극복하는 것은 정녕 불가능한 것일까? 현재 세계 질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힘이 압도적인 군사력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이는 없다. 미국의 이 압도적인 힘을 가장 잘 요약하는 신조어가 바로 ‘천조국(千兆國)’이라는 말이다. 어느 밀리터리 마니아가 쓰기 시작한 이 말은 한 해 국방 예산이 우리 돈으로 1000조원에 육박한다는 것에 빗대서 만들었다. 2023년 우리나라 전체 예산이..

“죽은 아내 돌려주세요” 꽃미남의 눈물 호소…‘비장의 무기’ 꺼낸 사연[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오르페우스 편]

헤럴드경제  2024. 5. 4. 00:11 리라를 든 음유시인영웅 음악으로 세이렌 맞서고 명계王 하데스까지 홀려 “뒤돌아보지 말라” 경고 끝내 참지 못하고 결국… 불행한 결과-비참한 최후 ※이번 기사는 평소보다 약간 더 깁니다. 더 많은 에피소드, 더 풍부한 예술가와 작품을 소개하고픈 마음 탓이라고 생각해주시고,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편안한 연휴 보내세요. 피에르 마르셀 베로노(Pierre Marcel-Beronneau·1869~1937)는 〈오르페우스와 하데스〉를 통해 이 장면을 그렸다. 저승에서 홀로 후광을 받는 오르페우스가 눈을 감고서 음을 만들고 있다. 그 위에 앉아있는 이가 하데스로 보인다. 그리고, 오르페우스가 악기를 들자 지하 세계의 모든 인간과 괴물이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다. 피터 프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