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7.17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한국사립미술관 협회장)
[내가 본 프리다] [4] 이명옥 관장
디에고를 만난 건 실수? 그녀의 운명이자 스승이었다
프리다 칼로 팬에게 남편 디에고 리베라는 나쁜 남자의 전형이다.
프리다 마니아인 나의 유일한 불만도 그녀의 남성 취향과 애정관이었다.
미모와 예술적 재능, 열정과 의지를 모두 가진 그녀가 하필 못생기고 몸집이 비대하며 여성 편력으로
악명 높은, 그것도 스물한 살이나 더 많은 남자를 배우자로 선택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는 말인가.
더욱 자존심이 상한 것은 페미니스트의 우상인 프리다가 마초 남편에게 무한 신뢰와 순정을 바치고도
부족해 노예처럼 복종한 점이다. 한 가지 흠이 열 가지 장점을 가린 셈이었다.
그러나 수년 전,
이 자화상의 강렬함에 이끌려 그림의 의미를 해석하는 일에 몰두하면서 그들이 병적인 커플일 거라는 편견을 버리게 되었다.
더 많이 사랑한 프리다는 희생자, 덜 사랑한 디에고는 가해자라는 오해도 사라졌다.
프리다의 편지와 일기, 특히 1949년 디에고 기념 전시회 도록을 위해 쓴 글과 자료들은 디에고가 잔인한 괴물이 아니라
운명의 남자이자 예술의 스승, 인생의 롤모델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하긴 멕시코의 거장 디에고의 가르침과 격려가 없었다면 늘 병석에 누워 있던 프리다가
프로 화가의 길을 걷겠다는 용기를 발휘할 수 있었을까.
디에고의 국제적인 인맥을 활용하지 않았다면 세계 유명 인사,
예술가들과 당당히 혁명 정신과 예술 세계를 논하고 연애할 자격을 가졌을까.
디에고의 불꽃 같은 창작 에너지를 흡수하지 않았다면 불멸의 화가라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르 클레지오는
"창작활동에서 이들처럼 하나가 된 부부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프리다의 자화상이자 디에고의 초상이 되는 이중 초상화는
그들이 둘이면서 하나인 삶을 살았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프리다가 디에고에게 바치는 시를 읽고 나면 다음 생에도
그를 운명의 남자로 선택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디에고―시작, 디에고―나의 애인, 디에고―보금자리를 만든 사람,
디에고―나의 남편, 디에고―나의 아기, 디에고―나의 친구,
디에고―화가, 디에고―나의 어머니, 디에고―나의 아버지,
디에고―나, 디에고―나의 아들, 디에고―세계."
더 이상 디에고를 미워하지 말자.
더 이상 디에고를 미워하지 말자.
한 여자의 열망의 대상이자 완벽하고 절대적인 존재였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용서가 되니까.
프리다 칼로 전시 보려면…
▲2015년 9월 4일까지(전시 기간 중 휴관 없음)
프리다 칼로 전시 보려면…
▲2015년 9월 4일까지(전시 기간 중 휴관 없음)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
▲관람료 성인 1만3000원, 중·고교생 1만원, 어린이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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