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敎養·提言.思考

[일사일언] 다양성의 나라, 한국

바람아님 2015. 7. 29. 08:29

(출처-조선일보 2015.07.29 팀 알퍼·칼럼니스트)


팀 알퍼·칼럼니스트 사진지난주 일요일 동네 수퍼마켓에 가려고 집을 나섰는데 어디선가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렸다. 
길 건너에 있는 절에서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며 불경을 읊는 소리였다. 
그 절에서 15m쯤 떨어진 곳에 작은 교회가 있다. 이날 더위 때문인지 그 교회도 문을 열어 놓았다. 
'할렐루야'라고 외치는 찬송가 소리가 교회 밖까지 울려 퍼졌고 
수퍼마켓에선 천주교 수녀님들이 물건을 사고 있었다.

수퍼마켓에서 물건을 사서 나오는 길에 두 여성이 날 붙잡았다. 
길고 나풀거리는 드레스를 입은 이 여성들은 내게 팸플릿을 나눠주면서 다른 종교는 모두 사이비라는 
식으로 얘기했다. 팸플릿만 보고서는 이들의 종교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이 모든 게 내가 지난주 일요일 수퍼마켓에 갔다 오는 짧은 사이에 보고 들은 한국 풍경이다.

영국에선 보통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종교 시설이 영국성공회 성당 정도다. 
성당 건물은 낡았고 신도도 별로 없다. 
일요일에 가면 대부분 나이 든 여성만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영국에도 천주교 신자가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은 있지만 만나본 적은 없다. 
정말 있는지도 의문이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한국 사회는 그저 종교적으로 다양한 사회인 것만은 아니다. 

물론 영국도 꽤 다양성이 살아 있는 사회지만 이때의 다양성은 인종적 다양성이다. 

내가 나고 자란 영국 도시 인구의 26%는 유색 인종이었다. 

나는 세계인이 진정한 다양성을 경험하려면 한국에 꼭 와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영국에서 '스포츠'라는 말을 하면 대개 상대방은 그걸 축구라고 알아듣는다. 

영국 신문의 스포츠면은 대개 6~8쪽 정도인데 대부분 축구 관련 뉴스다. 

하지만 한국에선 축구뿐 아니라 야구·농구·배구 같은 스포츠 종목이 두루 관심을 받는 것 같다. 

앞서 열거한 모든 스포츠에 프로 리그가 있다. 

영국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첼시 같은 프로축구팀 선수뿐 아니라 후보나 코치 이름까지 

모두 외우는 사람은 많지만, 농구공을 손으로 튕기는 것인지 발로 차는 것인지 헷갈리는 사람도 많다.

한국에는 그런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