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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지 않고 살 수 있다면

바람아님 2015. 8. 3. 10:02

시사INLive 2015-8-1

 

20세기 초, 스코틀랜드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제임스 M. 베리는 영원히 사는 아이 '피터 팬'을 세상에 선보였다. 어른을 위한 소설의 한 부분에 나온 이 아이는 연극 작품의 주인공으로 변신하고, 어린이를 위한 소설의 주인공으로 당당히 자리를 잡았다. 이 책 속의 아이가 태어난 지 한 세기가 훌쩍 넘은 지금도, 사람들은 '피터 팬 신드롬' 운운하며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연 영원히 아이로 머무른다면 행복할까?

20세기 말,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사는 영국 작가 콜린 톰슨이 세상에 내놓은 그림책 <영원히 사는 법>을 보면 고개를 가로저을 수 있다. 이 작품의 이야기 공간인 도서관은 저녁이 되어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불이 꺼진 후, 또 하나의 새로운 세상으로 변한다. 책장과 책들은 작은 인간들이 살아가는 공간으로 변신하고, 주인공인 남자아이 피터 로빈슨은 2세기 전에 사라져버린 책 한 권을 찾기 위해 밤마다 온갖 책과 책장 사이를 누비고 다닌다. 세상의 모든 책이 다 있다고 자부하는 이 도서관에서 자취를 감춰버린 이 단 한 권의 책 제목은 <영원히 사는 법>이었다. 결국, 피터는 중국 고서적이 꽂혀 있는 책장에 살고 있는 네 명의 현자로부터 그 문제의 책을 건네받는다. 하지만 그 책을 읽고 영원한 생명을 얻기에 앞서, 피터는 현자들의 안내로 '영원한 아이'를 보러 가게 된다. 그런데 <영원히 사는 법>을 읽고 영원히 살게 된 아이는 피터의 상상과는 전혀 맞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 책을 읽는 순간의 나이 속에 '영원히' 갇혀버린 이 아이는, 흐르는 시간과 더불어 삶의 여정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구경꾼일 뿐이었다. 삶의 기쁨을 잃은 이 '영원한 아이'는 피터에게 묻는다. 책을 읽고 자기처럼 영원히 살고 싶으냐고.

↑ <영원히 사는 법>콜린 톰슨 지음, 이지원 옮김, 논장 펴냄

 

'삶은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 서다

심심풀이 놀이 삼아 시작된 책의 행방 찾기는 결국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심각한 질문 앞으로 피터를 데려간다. 하루 동안 고민에 빠져 있던 피터는 영생을 보장해줄 책을 읽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현재 자신의 삶도, 앞으로 나이가 들어가며 변모하게 될 자신의 모습과 삶도 받아들이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시간 속에 얼어붙지 않고, 흐르는 시간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성숙하는 삶, 죽음을 향해 하루하루 늙어가는 삶을 받아들인 것이다. 결국, 피터의 책 찾기 모험은 피터가 성숙한 인간으로 자라기 위한 여정이었던 셈이다.

콜린 톰슨의 '피터 로빈슨'이 초록색 옷과 모자를 쓰고 생기발랄하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제임스 베리의 '피터 팬'을 보았다면 그 선택이 달라졌을까?

이성엽 (번역가) / webmaster@sis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