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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신이 찾아올 때'..국적 다른 뮤지컬 속 사신들

바람아님 2015. 7. 30. 09:10

한겨레 2015-7-27

 

영생불사·독특한 마력 관객 유
혹미친 존재감 '데스노트' 류크·렘
치명적 매력 '엘리자벳' 토드
인간적인 '신과함께' 저승차사들


올여름 한국 뮤지컬 시장의 주인공은 '죽음의 신'(사신·死神)이다. 인간과 달리 영생불사의 존재로 뛰어난 능력과 독특한 마력을 지닌 '죽음의 신'은 국적이 서로 다른 세 뮤지컬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어떤 역할을 담당할까?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라이선스 뮤지컬 <데스노트>에선 '류크'(남자 사신·작은 사진 왼쪽)와 '렘'(여자 사신·가운데)이 주인공인 명탐정 엘과 천재 대학생 라이토에 못지않은 미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특히 모든 배역이 '원캐스팅'인 덕분에 "공연 회차가 반복될수록 각 캐릭터가 확실히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류크' 역을 맡은 강홍석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옷, 기이한 목놀림, 좌우로 찢어진 듯한 시뻘건 입술, 기이한 '손 모양'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류크는 극 내내 사과를 입으로 베어 물고 장난스럽게 손으로 주물럭거리며 '라이토를 조종해 인간의 운명을 손 안에서 유린하는 사신의 역할'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연출인 구리야마 다미야는 "사과는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선과 악, 타락, 인간계를 지배하는 중력 법칙 등 많은 상징을 담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렘'은 훨씬 인간적이다. 붕대를 칭칭 감은 듯한 흰옷과 백발, 창백한 얼굴로 등장하는 렘은 공기와 같은 가볍고 정적인 움직임을 선보이며 라이토의 여자친구인 '미사'를 구하기 위해 죽음을 받아들인다.

 

오스트리아 라이선스 뮤지컬 <엘리자벳>에서도 사신인 '죽음'(토드)이 극의 한 축을 담당한다. '토드'는 사랑하는 엘리자벳의 곁을 맴돌며 그가 약해질 때마다 유혹하는 존재로 설정된다. '죽음마저 사랑에 빠지게 한 아름다운 황후'라는 표현을 그대로 의인화한 셈이다. 죽음의 날개를 형상화한 가죽과 세무 느낌의 검은 의상, 화려한 메이크업과 네일아트까지 치명적 매력의 죽음을 표현하기 위해 각종 소품과 의상이 동원됐다. 이번 시즌 토드 역엔 신성록·최동욱(세븐·오른쪽)·전동석이 트리플 캐스팅 됐는데, 특히 세븐은 댄스 가수 출신답게 절도 있고 역동적인 안무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창작 뮤지컬도 예외는 아니다. 얼마 전 막 내린 웹툰 원작 뮤지컬 <신과 함께: 저승 편>에는 한국판 죽음의 신인 '저승차사' 3명이 나온다. 강림(큰 사진 왼쪽), 해원맥, 덕춘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매력을 풍긴다. 리더 격 강림은 단순히 죽은 이를 저승까지 안전하게 인도하는 데서 나아가 원귀의 한을 풀어주고 나쁜 일을 한 인간을 찾아내어 벌을 주는 정의로운 인물로 그려진다. 강림은 손발이 오글거리는 대사를 던지고 온갖 폼을 다 잡으며 자신의 캐릭터를 극대화한다. 덕춘 역시 원귀에 대한 동정심과 안쓰러움을 느끼는 것은 물론 강림에 대한 연정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차사들은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안테나를 세워 원귀를 뒤쫓는 등 이승에서와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한다. '죽는다고 다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작품의 모토와 맞아떨어지는 모습이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죽음은 최근 들어 공연계에서 많이 다뤄지는 소재 가운데 하나인데 각 문화권의 특징이 담겨 차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원 교수는 "일본이나 유럽은 과거부터 '죽음의 미학'에 대한 많은 고찰이 있었기 때문에 죽음의 신 역시 매혹적이거나 염세적인 캐릭터로 표현하지만, 우리 전통 문화는 죽음 자체를 '윤회'로 보기에 <신과 함께>는 인간세계와 별다를 바 없이 그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선희 기자duck@hani.co.kr, 사진 각 회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