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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위아래

바람아님 2015. 7. 28. 09:46

(출처-조선일보 2015.07.28 정재찬 한양대 교수)


정재찬 한양대 교수"알아서 하라"는 말처럼 아랫사람한테 부담스러운 말도 없다. 
윗사람의 그 자애로운 말이 아랫사람에게는 "잘못되면 알아서 해" 하는 협박처럼 들리기 일쑤인 것이다. 
반면에 "제가 알아서 할게요" 하는 말처럼 윗사람 편에서 섭섭한 말도 없다. 
아랫사람의 그 충정 담긴 말이 윗사람에게는 "알아서 할 테니 간섭 좀 그만 하쇼" 하는 불평처럼 
들리곤 한다.

문제는 말에 있는 것이 아니다. 
어렸을 적 새로 뭐 하나 배우려 하면 행여 잘못되거나 다칠세라 사사건건 잔소리하던 부모님이 
어느 순간 "이젠 네가 알아서 해 봐" 할 때 우리는 얼마나 신이 났던가. 
뭐 하나 시켜도 제대로 못 해 일일이 거들어야 했던 자녀가 "이젠 제가 알아서 할게요" 할 때 
우리는 얼마나 그들이 대견스럽고 또 흐뭇했던가. 
신뢰와 배려에서 나온 말이라는 믿음만 있으면 이어질 건 감사뿐이다. 
어느 조직이나 사회이건 자신을 믿어주는 윗사람이 있다는 것, 믿고 맡길 아랫사람이 있다는 것만 한 복도 드물다.

그 대신 알아서 하라고 할 때는 권한을 넘긴 만큼 믿고 맡겨야 하는 것이 윗사람의 도리이고, 
알아서 한다고 할 때는 가끔은 알면서도 윗사람에게 물어가며 일하는 것이 아랫사람의 지혜다. 
나아가 결과는 같이 책임지며 공은 서로 돌리는 것이 위아래 가릴 것 없이 지녀야 할 미덕이다.
[일사일언] 위아래
아랫사람 아니었던 윗사람 없고, 윗사람 아니 될 아랫사람도 없다. 
그리고 대부분은 현재 윗사람이면서 동시에 아랫사람으로 살아간다. 
그러니 윗사람일 때 아랫사람으로 생각하고 아랫사람일 때 윗사람으로 생각하면 어려울 게 없을 것 같은데 
왜 그게 쉽지가 않은 걸까. 
목이 곧아 사고가 유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 지금 바로 의자에서 일어나 위아래 사람 다 같이 허리를 돌리며 이렇게 따라 해보자. 
위 아래 위 위 아래 위 아래 위 위 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