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8.12 선우정 국제부장)
한국의 70년은 위대하다… 이런 나라 대통령이 왜 남의 담화를 신경 쓰나
남 비판이 아닌 우리 비전… 태극기의 물결 속에서 감동의 연설을 듣고 싶다
한국처럼 올해를 광복 70주년으로 기념하는 나라는 얼마나 될까. 의외로 찾기 어렵다.
승전이든 패전이든 대부분 종전(終戰) 70주년을 기념한다.
광복은 식민지의 국권 회복, 종전은 2차 대전 종결을 뜻한다.
70년 전 세계엔 70곳이 넘는 식민지가 있었다.
그럼에도 종전과 동시에 국권을 회복한 나라는 거의 없다.
'패전국의 식민지'는 당시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가장 잘 설명하는 표현인 듯하다.
'패전국의 식민지'는 당시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가장 잘 설명하는 표현인 듯하다.
1차 대전 패전으로 식민지를 잃은 독일과 달리 승전국이었던 일본은 한국과 대만을 식민지로 지배하고
있었다. 이 중 대만은 전후 원래대로 승전국 중국에 귀속됐다.
그래서 대만은 독자 정부를 가진 지금도 이때를 광복이 아닌 승전일로 기념한다.
승전국이 지배한 대다수 식민지는 광복까지 몇 년 더 걸렸다.
예를 들어 필리핀의 올해는 광복 69주년, 인도의 올해는 광복 68주년이다.
먼저 찾아온 광복은 축복이었을까.
먼저 찾아온 광복은 축복이었을까.
'승전국의 식민지' 중 일부가 걸어간 길을 생각하면 그런 측면도 있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은 승전한 지배국과 긴 전쟁을 거쳤다.
이런 역사를 읽으면 함석헌 선생의 표현이 왜 동시대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켰는지 이해된다.
'우리가 자고 있을 때 도둑처럼 온' 광복은 '하늘이 직접 민중에게 준 해방'이었다.
하지만 '패전국의 식민지'가 누린 기쁨은 그뿐이었다. 종전과 광복 바로 다음 한국을 찾아온 것은 분단과 전쟁이었다.
하지만 '패전국의 식민지'가 누린 기쁨은 그뿐이었다. 종전과 광복 바로 다음 한국을 찾아온 것은 분단과 전쟁이었다.
그 상처는 두 세대가 지난 지금껏 많은 국민 가슴에 남아 있다.
'승전국의 식민지'였다면 한국이 이런 일을 겪었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인도와 베트남처럼 종교·이념 등 문제로 분단과 전쟁을 겪은 나라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패전국이 아닌 나라를 승전국이 처음부터 둘로 나누어 분단 구도를 깔아놓은 가혹한 경우는
한국 외엔 찾기 어렵다.
상당수 '승전국의 식민지'는 해방 후 승전국 지위를 계승하는 호사까지 누렸다.
상당수 '승전국의 식민지'는 해방 후 승전국 지위를 계승하는 호사까지 누렸다.
일본과 연합국이 1951년 강화조약을 맺었을 때 베트남·캄보디아·필리핀·인도네시아 등 옛 '승전국의 식민지' 역시
연합국 지위를 물려받았다. 당시 연합국은 50여 나라에 달했다. 일찍 패전한 덕분에 연합국 막차에 올라탄 이탈리아조차
승전국 잔칫상에 젓가락을 올렸다. 국민당 지배로 독립한 대만(중화민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한국만 배제됐다. 끝자리라도 차지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강대국에 거절당했다.
그럼에도 한국만 배제됐다. 끝자리라도 차지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강대국에 거절당했다.
'패전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이다. 가장 아팠던 점은 그 결과 먼 나라 미얀마에까지 부여된 배상권을 인정받지 못한 것이었다.
훗날 일본이 필리핀에 지급한 5억달러와 한국에 지급한 5억달러는 성격이 다르다.
필리핀이 받은 돈은 강화조약에 따라 당당하게 받은 배상금이지만 한국이 받은 돈은 시혜적 성격이 강했다.
1965년 맺은 일명 '청구권 협정'을 보면 '경제 협력'이란 이상한 문구가 등장한다.
그 경위를 살피면 한국이 자존심에 얼마나 큰 상처를 입으면서 발전의 종잣돈을 얻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70년 전 한국은 가장 혹독한 지점에서 출발한 탈(脫)식민지 국가였다.
내 나라를 무조건 미화하는 역사관은 편협하다. 하지만 큰 눈으로 우리의 70년을 읽으면 감동을 억누를 수 없다.
내 나라를 무조건 미화하는 역사관은 편협하다. 하지만 큰 눈으로 우리의 70년을 읽으면 감동을 억누를 수 없다.
세상에서 단 한 나라뿐인 '패전국의 식민지', 식민지의 아픔에 패전국의 진흙탕까지 뒤집어쓴 이 나라가 어떻게 여기까지
도달했을까. 70곳이 넘는 '승전국의 식민지' 중 한국처럼 근대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가 얼마나 있을까.
그들이 당당하게 받은 배상금과 우리가 초라하게 받은 경협 자금은 지금 각각 어떤 열매를 맺고 있는가.
이런 질문에 하나하나 답을 찾다 보면 앞선 세대가 쌓아 올린 내 나라의 커다란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런 나라의 대통령은 지금 어떤 담화를 준비하고 있나.
이런 나라의 대통령은 지금 어떤 담화를 준비하고 있나.
'광복 70주년 담화'는 국민이 오직 박근혜 대통령에게 부여한 역사적 기회다.
과거 70년을 당당하게 정리하고 통일과 향후 70년의 비전을 명쾌하게 제시할 엄청난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다.
고난과 영광의 한국 현대사를 정제된 언어로 증폭시켜 세계를 울려야 할 무거운 의무가 대통령에게 있다.
남의 나라 담화에 신경을 곤두세운 정부와 청와대는
남의 나라 담화에 신경을 곤두세운 정부와 청와대는
지금 우리나라 담화를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지혜와 정보를 수집하고 있나.
한국의 현대사는 일본의 현대사보다 위대하다.
국민은 '아베 담화'가 아니라 '박근혜 담화'를 기다리고 있다.
8월 15일 세상에 드러나는 것은 '아베 총리의 그릇'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그릇', 결국 '대한민국의 그릇'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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