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015-8-28
호킹은 그동안 광대한 우주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발굴하려고 노력했다. 우주의 생성과정을 천착해온 그는 1973년 ‘블랙홀은 검은 것이 아니라 빛보다 빠른 속도의 입자를 방출하며 뜨거운 물체처럼 빛을 발산한다’는 이론을 발표했다. 강한 중력으로 주위의 모든 물체를 빨아들인다는 기존 통념을 뒤집는 반란이었다. 이번 이론은 40여년 만에 나온 ‘희망의 블랙홀’ 2탄인 셈이다.
사실 호킹은 삶 자체가 희망이다. 그는 옥스퍼드대학 재학 시절에 루게릭병이라는 희귀병 진단을 받는다. 온몸의 근육이 점점 굳어져 걷거나 움직일 수 없고, 결국 죽음에 이르는 질환이다. 의사는 길어야 2년 정도 살 수 있다고 했다. 스물한 살의 청년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아! 하느님, 어떻게 이런 몹쓸 병을 저에게 주실 수 있나요? 꿈도 이루지 못한 채 이대로 죽어야 하나요?” 청년은 방문을 잠그고 절대고독과 대면한다. 여기서 비록 몸은 마비되지만 정신까지 마비될 수는 없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청년은 절망의 끝자락에서 다시 일어선다. 그러고는 부단한 연구를 계속해 세계 최고의 과학자로 우뚝 섰다.
호킹은 사망 시한 2년을 넘기고도 50년을 더 살고 있다. 스스로 “내 생애 가장 큰 업적은 아직 살아 있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훗날 어떤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당신이 이룬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대답이 이어졌다. “희망을 잃지 않은 것이죠.”
다들 요즘 희망을 찾기 어렵다고 푸념한다. 청년은 일자리가 없고 주부와 회사원은 살기가 너무 팍팍하다고…. 생각을 바꿔야 한다. 희망이란 아침 햇살처럼 항상 찬란한 빛으로 다가오는 게 아니다. 그것은 호킹처럼 무너진 하늘에서 솟아날 구멍을 찾는 일이다. 블랙홀에도 출구가 있다고 하지 않는가.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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