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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죽음

바람아님 2015. 8. 29. 08:29

(출처-조선일보 2015.08.29 베를린=한경진 특파원)

[난민선 뒤집혀 1년새 3573명 水葬, 오스트리아 가던 트럭선 질식사 시신 71구… 충격에 빠진 유럽]

올들어 30만명 유럽으로… 매일 10명꼴로 목숨 잃어
EU·발칸국가, 회담 갖고 "경제력 따라 난민 분담을" 국가별 쿼터제 다시 논의

오스트리아의 한 고속도로 갓길에 서있던 냉동 트럭에서 난민 시신 71구가 한꺼번에 발견돼 유럽이 충격에 빠졌다. 
오스트리아 동남부 부르겐란트주(州) 경찰은 "27일 오전 11시 40분쯤(현지 시각) 파른도르프 지역 고속도로 갓길에 있던 
7.5t짜리 냉동 트럭에서 난민 시신이 발견됐으며, 남성 59명, 여성 8명, 어린이 4명이었다"고 밝혔다.

작은 선박에 많은 아프리카인이 발디딜 틈 없이 승선한 채 아슬아슬하게 지중해를 건너고 있는 모습이다.

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거쳐 유럽으로 

넘어오는 난민들을 어떻게 수용할지를 

놓고 유럽이 고민에 빠져 있다. 


사진은 작은 선박에 많은 아프리카인이 

발디딜 틈 없이 승선한 채 아슬아슬하게 

지중해를 건너고 있는 모습이다. 

/폴라리스이미지스


시신들은 대부분 시리아인으로 보이며 트럭 안에서 1~2일 전 질식사한 것으로 현지 경찰은 추정했다. 
한스 페터 도스코칠 부르겐란트주 경찰국장은 "난민들의 밀입국을 알선하는 불법 브로커들의 범죄로 보인다"고 밝혔다. 
트럭이 발견된 고속도로는 동유럽에서 프랑스와 독일로 향하는 주요 도로 중 하나다. 
오스트리아 경찰은 트럭에 난민 시신을 방치하고 달아난 브로커들을 뒤쫓아 3명을 체포했다. 
둘은 불가리아인, 나머지 한 명은 헝가리인이었다. 경찰은 이들이 고의적으로 난민들을 살해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아프리카·중동의 정정 불안 지역에서 유럽으로 넘어오는 난민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희생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28일 유엔난민기구(UNHCR)는 올해 들어서만 지금까지 30만명 이상이 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몰려왔다고 
발표했다. 올 연말까지 집계할 경우 유럽행 난민 숫자는 지난해(21만9000명)보다 최소 4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이주기구(IOM)는 최근 1년간 지중해를 건너다 배가 침몰해 수장(水葬)된 난민 숫자를 3573명으로 집계하고, 
"매일 10명꼴로 바다에서 생을 마감하는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 유입 지중해 난민 현황.

이렇듯 '지중해 루트'가 위험하다고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터키를 거쳐 

그리스, 마케도니아, 세르비아, 

헝가리를 지나는 '발칸 루트'에 

난민들이 몰리고 있다. 

냉동 트럭에서 발견된 

이번 희생자 71명처럼 차량에 숨어 

발칸 반도를 통해 서유럽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한다는 것이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

(FAZ)은 발칸 루트를 이용하는 

난민이 지난해보다 6배 늘었다고 

보도했다.


냉동 트럭 희생자들이 발견된 27일 빈에서는 난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유럽연합(EU)과 서부 발칸 국가들의 회담이 열렸다. 이날 독일은 그간 주장해온 '난민 쿼터제'를 다시 한 번 언급했다. 난민 쿼터제는 EU 회원국이 인구, 경제력, 기존 난민 수용 
숫자, 실업률 등에 따라 난민을 분담하자는 내용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이번 트럭 참사는 연대의 정신으로 난민 문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비극"이라고 말했다. 이번 참사에서 볼 수 있듯, "난민은 최초로 입국한 EU 국가에서 망명 신청을 해야 한다"는 
'더블린 규약'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난민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