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2015-02-23
현재 심사정의 ‘촉잔도권’(蜀棧圖卷·58×818㎝), 1768년작
문인화가 현재 심사정(1707~1769)은 겸재 정선, 관아재 조영석과 함께 조선 후기 사대부 출신 화가인 ‘사인삼재(士人三齋)’로 불린다. 스무 살 때쯤 겸재의 문하에서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웠으나, 조부(심익창)가 영인군(훗날 영조) 시해 모의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역적 가문으로 몰린 뒤 중국 화보(畵譜) 등을 스승 삼아 독학으로 그림을 익혔다.
작고하기 1년 전인 1768년에 완성한 ‘촉잔도권’은 7촌 조카 심유진의 청을 받아 심혈을 기울여 그려낸 일생일대 역작이다. 길이 818㎝, 높이 58㎝의 두루마리 형태로 제작한 이 그림은 촉나라(중국 쓰촨 지역)로 들어가는 300리 길의 비경을 상상의 촉수로 엮어낸 산수화다. ‘촉나라로 가는 길목의 험난함이야말로 푸른 하늘에 오르기보다 더 어렵다’는 이백의 시에도 나타난 것처럼 인생의 굴곡진 여정이 화폭 속에 잘 녹아 있다.
1936년 간송미술관을 설립한 전형필 선생이 당시 큰 기와집 한 채가 1000원 할 때 무려 5000원을 주고 이 작품을 구입해 6000원을 들여 손상된 부분을 복원 수리했다고 한다.
김경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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