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한반도로 건너와 조선 도자기를 연구하며 조선에 대해 큰 애정을 보인 일본인 아사카와 노리다카(淺川伯敎·1884∼1964)가 시를 통해서도 조선에 대한 관심과 연민을 표현한 사실이 공개됐다.
이수현 의인 문화재단 설립위원회의 노치환 사무총장은 4일 서울 충무로 T마크로호텔명동에서 열린 아사카와 형제 추모 포럼에서 자신이 발굴한 아사카와 노리다카의 단가(短歌·일본의 전통시 양식 중 하나) 일부를 소개했다.
아사카와 노리다카는 1913년 경성(서울)에 미술교사로 부임한 뒤 조선 도자기의 매력에 흠뻑 빠진 나머지 전국을 돌며 조선 도자기의 역사를 정리한 인물이다. 그의 동생 아사카와 다쿠미(淺川巧·1891∼1931)도 형을 따라 이후 조선으로 건너와 한반도 녹화사업에 크게 이바지했다.
'무제'로 소개된 아사카와 노리다카의 1937년 작품은 '서쪽 산 안쪽 저편에 세계가 있는지도 모르고 내가 자라난 고향 헤미노다이로다'라는 내용이다. 산 너머의 '세계'란 한반도를 의미한다고 노 사무총장은 설명했다.
노 사무총장은 "아사카와 노리다카가 젊었을 적 자신의 고향만을 세계로 여기다가 조선에 다녀온 뒤 더 넓은 세계가 펼쳐져 있음을 알고 한반도에서 생활한 것을 계기로 더 큰 세계관을 갖게 됐다고 노래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1935년작 '항아리'는 경성에 머물던 시절의 이야기다.
'종이 꾸러미 끄르니 항아리가 굴러나오고 아이들은 일제히 '또 항아리다' 하네'라는 내용으로, 조선 도자기에 빠져 가족을 두고 늘 밖으로 돌다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항아리만 갖고 들어오는 자신을 두고 아이들이 "또 항아리다"라고 말하는 가족의 따뜻한 풍경을 그렸다.
'완만한 산 한 편에 해가 저무니 길이 보이고 그 길 멀리서부터 들리는 워낭소리'라는 문장을 통해 소를 다루는 조선인들의 태도를 표현한 1935년작 '한우'(韓牛)도 있다.
노 사무총장은 "조선에서는 소를 가족처럼 섬기듯이 사육하고 일을 시키기 때문에 소가 유순하지만, 일본으로 소를 데려와 채찍질하고 욕설하며 일을 시키니 난폭해져서 일본인이 다루기 어려워졌다"며 "아사카와는 소를 다루는 조선인들의 정신에 감명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사무총장은 일본에 있는 아사카와 형제 자료관 관계자로부터 아사카와 노리다카의 단가 50수를 입수하고 추가로 그가 쓴 장편 서사시 '석굴암에 머물다'를 발굴, 전문가 번역을 거쳐 조만간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이날 포럼에서는 고려도요를 설립한 도자기 명인 지순탁(1912~1993) 선생의 아들 지수구씨, 아사카와 노리다카의 동생 아사카와 다쿠미의 생을 다룬 영화 '백자의 사람' 주연배우 배수빈씨 등 10명이 표창을 받았다.
이날 오전에는 최근 방한한 일본의 아사카와 형제 추모회와 일본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이 서울 망우리에 있는 아사카와 다쿠미 묘역을 찾아 그의 넋을 기렸다.
'其他 > 韓.日수교50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전거로 떠나는 일본 속의 한국사 탐방-규슈편 답사 4일차 (0) | 2015.10.08 |
---|---|
자전거로 떠나는 일본 속의 한국사 탐방-규슈편 답사 3일차 (0) | 2015.10.07 |
자전거로 떠나는 일본 속의 한국사 탐방-규슈편 답사 2일차 (0) | 2015.09.28 |
자전거로 떠나는 일본 속의 한국사 탐방-규슈편 답사 1일차 (0) | 2015.09.23 |
백제 바둑판… 신라장적… 1300년前 나라문화의 타임캡슐 (0) | 2015.0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