其他/韓.日수교50년

조선 도자기 심취했던 일본인, 詩에서도 '조선 사랑'

바람아님 2015. 10. 5. 08:27
연합뉴스 2015-10-4

아사카와 형제 추모포럼서 형 노리다카 '단가' 일부 공개돼

 일제 강점기 한반도로 건너와 조선 도자기를 연구하며 조선에 대해 큰 애정을 보인 일본인 아사카와 노리다카(淺川伯敎·1884∼1964)가 시를 통해서도 조선에 대한 관심과 연민을 표현한 사실이 공개됐다.

이수현 의인 문화재단 설립위원회의 노치환 사무총장은 4일 서울 충무로 T마크로호텔명동에서 열린 아사카와 형제 추모 포럼에서 자신이 발굴한 아사카와 노리다카의 단가(短歌·일본의 전통시 양식 중 하나) 일부를 소개했다.

아사카와 형제 추모를 위한 봉차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아사카와(淺川) 형제 추모회 일본 측 방문단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4일 서울 중랑구 망원동 아사카와 다쿠미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아사카와 형제는 일제강점기 조선으로 건너와 도자기 공예 연구와 보존, 식목사업에 헌신하며 진심으로 조선과 조선인을 사랑했던 의인으로 평가받는다.  2015.10.4     jjaeck9@yna.co.kr
아사카와 형제 추모를 위한 봉차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아사카와(淺川) 형제 추모회 일본 측 방문단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4일 서울 중랑구 망원동 아사카와 다쿠미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아사카와 형제는 일제강점기 조선으로 건너와 도자기 공예 연구와 보존, 식목사업에 헌신하며 진심으로 조선과 조선인을 사랑했던 의인으로 평가받는다. 2015.10.4 jjaeck9@yna.co.kr
조선을 사랑한 일본인 아사카와 형제     (서울=연합뉴스) 일제강점기에 도자기 공예를 연구하고 산림 보호에 앞장서는 등 조선을 진심으로 아꼈던 일본인 아사카와 다쿠미(淺川巧,오른쪽)와 그의 형 아사카와 노리다카(淺川伯敎, 왼쪽).     일본 야마나시(山梨)현 호쿠토(北杜)시 시라쿠라 마사시(白倉政司) 시장 등 호쿠토시와 '아사카와(淺川) 형제 추모회' 관계자 30여명은 이들 형제를 기리고자 2일    방한했다.   2015.10.2     zjin@yna.co.kr
조선을 사랑한 일본인 아사카와 형제 (서울=연합뉴스) 일제강점기에 도자기 공예를 연구하고 산림 보호에 앞장서는 등 조선을 진심으로 아꼈던 일본인 아사카와 다쿠미(淺川巧,오른쪽)와 그의 형 아사카와 노리다카(淺川伯敎, 왼쪽). 일본 야마나시(山梨)현 호쿠토(北杜)시 시라쿠라 마사시(白倉政司) 시장 등 호쿠토시와 '아사카와(淺川) 형제 추모회' 관계자 30여명은 이들 형제를 기리고자 2일 방한했다. 2015.10.2 zjin@yna.co.kr

아사카와 노리다카는 1913년 경성(서울)에 미술교사로 부임한 뒤 조선 도자기의 매력에 흠뻑 빠진 나머지 전국을 돌며 조선 도자기의 역사를 정리한 인물이다. 그의 동생 아사카와 다쿠미(淺川巧·1891∼1931)도 형을 따라 이후 조선으로 건너와 한반도 녹화사업에 크게 이바지했다.


'무제'로 소개된 아사카와 노리다카의 1937년 작품은 '서쪽 산 안쪽 저편에 세계가 있는지도 모르고 내가 자라난 고향 헤미노다이로다'라는 내용이다. 산 너머의 '세계'란 한반도를 의미한다고 노 사무총장은 설명했다.

노 사무총장은 "아사카와 노리다카가 젊었을 적 자신의 고향만을 세계로 여기다가 조선에 다녀온 뒤 더 넓은 세계가 펼쳐져 있음을 알고 한반도에서 생활한 것을 계기로 더 큰 세계관을 갖게 됐다고 노래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1935년작 '항아리'는 경성에 머물던 시절의 이야기다.


'종이 꾸러미 끄르니 항아리가 굴러나오고 아이들은 일제히 '또 항아리다' 하네'라는 내용으로, 조선 도자기에 빠져 가족을 두고 늘 밖으로 돌다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항아리만 갖고 들어오는 자신을 두고 아이들이 "또 항아리다"라고 말하는 가족의 따뜻한 풍경을 그렸다.

'완만한 산 한 편에 해가 저무니 길이 보이고 그 길 멀리서부터 들리는 워낭소리'라는 문장을 통해 소를 다루는 조선인들의 태도를 표현한 1935년작 '한우'(韓牛)도 있다.


노 사무총장은 "조선에서는 소를 가족처럼 섬기듯이 사육하고 일을 시키기 때문에 소가 유순하지만, 일본으로 소를 데려와 채찍질하고 욕설하며 일을 시키니 난폭해져서 일본인이 다루기 어려워졌다"며 "아사카와는 소를 다루는 조선인들의 정신에 감명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사무총장은 일본에 있는 아사카와 형제 자료관 관계자로부터 아사카와 노리다카의 단가 50수를 입수하고 추가로 그가 쓴 장편 서사시 '석굴암에 머물다'를 발굴, 전문가 번역을 거쳐 조만간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이날 포럼에서는 고려도요를 설립한 도자기 명인 지순탁(1912~1993) 선생의 아들 지수구씨, 아사카와 노리다카의 동생 아사카와 다쿠미의 생을 다룬 영화 '백자의 사람' 주연배우 배수빈씨 등 10명이 표창을 받았다.

이날 오전에는 최근 방한한 일본의 아사카와 형제 추모회와 일본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이 서울 망우리에 있는 아사카와 다쿠미 묘역을 찾아 그의 넋을 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