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위원장은 지난 11일 안 의원 등과 함께 국립현충원을 찾았을 때도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산업 성장의 엔진(에 시동)을 거신 분"이라며 "굉장한 헌신을 가지고 우리나라의 근대화와 산업화를 몸소 이끄셨다"고 했다. "우리 당은 박 대통령이 이끈 산업 성장의 엔진을 다시 한 번 이 땅에 가동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한 위원장은 이런 발언들에 대해 야권 사람들의 반발이 일어나자 "개인 의견"이라고 했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볼 때 더불어민주당 측과 차별화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문재인 대표도 작년 2월 대표가 된 직후 이·박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일이 있다. 그러나 다른 최고위원들이 반대하면서 홀로 갔고 한동안 내부 반발에 시달렸다. 이 때문에 올해 초 현충원을 다시 갔을 때는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만 찾았다.
국민의당 측이 적극적으로 이·박 전 대통령의 공적을 평가하고 나선 데는 이런 더민주 주류 세력과 차별화를 꾀하는 정치적 고려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념과 지역, 세대, 계층으로 쪼개진 이 나라에 지금 필요한 일이 배제가 아니라 통합, 단절이 아닌 계승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 나라의 역사는 수없이 많은 작은 물줄기가 모여 흐르는 큰 강물과 같다. 굽이굽이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 공(功)과 과(過)가 섞이게 마련이다. 이·박 전 대통령에게도 여러 과오가 있었지만 두 대통령이 있었기 때문에 건국(建國)과 산업화가 이루어졌다. 그 뒤를 이은 김영삼·김대중·노무현 대통령도 민주화 등 그 시대에 필요했던 역할을 했다.
후손이 역사의 어두운 부분을 부각하는 것과 긍정적 부분을 따뜻한 눈으로 되새기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정치 지도자들이 전임 대통령들의 업적을 밝게 조명할수록 국민의 자부심은 커질 것이고 국민 통합에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진보 세력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과 그 시대의 긍정적 측면을 있는 그대로 평가하고 보수 역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적을 인정하기만 해도 갈등으로 얼어붙은 우리 사회에 조금씩 훈풍이 불기 시작할 것이다. 경제와 안보 모두 도전 앞에 선 지금, 그런 합리적 태도가 더 절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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