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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이 살지도 않는 우주에 수십兆를 퍼붓는가

바람아님 2016. 1. 16. 12:08

(출처-조선일보 2016.01.16 신동흔 산업부 기자)

美·中·유럽, 우주개발 경쟁 격화… GPS·메모리폼 등 의외의 소득도
우주탐험 여정과 미래 다룬 著者 "30년 뒤 소행성 충돌 가능성… 全지구적으로 피해 대비 시급해"

'스페이스 크로니클'스페이스 크로니클|닐 디그래스 타이슨 지음|
박병철 옮김|부키|448쪽|1만8000원

우주는 아름답고 거대하고 모순적이고 신비하다. 
먼 옛날 다른 포유류와는 달리 등(背)을 바닥에 대고 누울 수 있었던 인류는 밤하늘을 보며 
우주에 대한 궁금증을 키웠다. 그렇게 별자리와 신화(神話)가 만들어졌다. 
그것이 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었다. 
지금 인류는 사실상 태양계의 바깥에 있는 명왕성까지 탐사선을 보내 사진을 받아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인류가 이해하는 세계는 아직도 불확실하다.

우주개발 경쟁이 최근 몇 년 사이 다시 격화됐다. 유럽과 중국이 끼어들면서부터다. 
당장 오는 3월 유럽우주국(ESA)이 화성탐사선 '엑소마스(ExoMars)'를 발사하고, 7월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탐사선 '주노(JUNO)'가 목성에 도착한다. 중국은 9월이면 세계 최대의 전파망원경을 가동할 예정이다. 
영화 '스타워즈'의 새로운 에피소드가 시작되고, '인터스텔라' '마션' 같은 영화가 최근 붐을 이루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현존하는 최고의 우주 스토리텔러'로 불리는 저자 타이슨(58)은 공상과학(SF) 영화 수준으로 
우주 개발을 바라보는 태도를 경계한다. 그는 현실주의적 면모를 잃지 않는다. 
"미국이 달에 사람을 보냈던 것은 지식을 향한 욕구가 남다르거나 탐험 정신이 뛰어나서가 아니었다. 
미국은 소련과의 냉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아폴로 계획을 밀어붙였다. 
이 모든 것은 냉전시대에 우위를 점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하버드대에서 물리학을 공부하고,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천체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코스모스'의 칼 세이건 
못지않게 대중성과 전문성을 갖췄다. 특히 1996년 미국 자연사박물관 부설 헤이든천문관 소장 시절에는 
태양계 행성 목록에서 명왕성을 제외시키자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이 견해를 국제천문연맹이 지지하면서 그의 권위는 더욱 높아졌다. 
그는 지금도 헤이든천문관 소속 천체물리학자다.

지질학자인 아폴로 17호의 승무원 해리슨 슈미트가 달 표면에서 토양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지질학자인 아폴로 17호의 

승무원 해리슨 슈미트가 

달 표면에서 토양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유인 우주선을 통한 미국의 달 탐사는 중단됐다. 

저자는 로봇 기술이 발달해도 

감정과 직관을 가진 인간의 능력을 

대체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부키 제공·NASA Eugene Cernan

저자는 냉전 종식 이후 우주개발이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우리에게 '소행성 충돌 가능성'을 현실적인 우주개발의 이유로 제시한다. 
당장 2029년 4월 13일 축구경기장 하나를 채울 정도 크기의 소행성이 통신위성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지구를 스쳐 지나간다. 
하필 이 소행성의 이름은 이집트 신화에 등장하는 어둠과 죽음의 신(神) '아포피스'로 명명됐다. 
이 소행성은 7년 뒤 다시 지구를 찾아와 태평양 연안 도시에 5층 높이의 쓰나미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우선 "지구와 궤도가 겹치는 소행성들의 목록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全) 지구적으로 이 작업을 할 수 있는 과학자는 수십 명 수준이다. 
일단 목록이 만들어져야 소행성을 파괴하든지, 궤도를 수정하든지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에는 돈이 필요하다. 미국 정치인들은 
"지구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인데, 왜 사람이 살지도 않는 우주에 수십억달러를 퍼부어야 하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저자는 "NASA가 1년에 쓰는 예산은 국민 세금의 0.5%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인류는 별을 찾다가 엉뚱한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1990년 고속버스 크기만 한 허블 우주망원경을 디스커버리호에 실어 궤도에 올려놓은 직후 NASA는 실수를 깨달았다. 
반사 거울을 잘못 만들어 사진이 흐리게 나왔던 것이다. 
지상 610㎞ 상공까지 다시 올라가 수리할 때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 
이 기간 과학자들은 허블이 찍은 불명확한 사진을 판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유방암 검진용 엑스선 사진' 판독 기술이 함께 개발됐다. 
우주 탐험 기술이 지구상의 수많은 여성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이외에도 GPS(위성항법장치), 긁힘방지 렌즈, 메모리폼 매트리스, 귀체온계, 가정용 식수필터 등이 
우주 탐험을 준비하면서 개발된 기술이다. 
물론 엄청난 예산을 들여 무중력 상태에서 쓸 수 있는 필기구를 개발해놓고서 '간단하게 연필로 쓰면 되는구나' 
뒤늦게 깨닫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다.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소 다섯 가지는 수소 헬륨 산소 탄소 질소인데, 
이는 "별의 잔해에서 태어난 인간을 구성하는 원소이기도 하다"는 저자의 발언은 한없이 낭만적이다. 
우리는 '별의 자식'이었던 것이다. 
"중국이 화성에 군사 기지를 세우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리면 미국은 1년 안에 사람을 화성에 보낼 것"이라는 등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는 대목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