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기고] G7으로 가는 길, 앞으로 5년에 달렸다

바람아님 2016. 2. 3. 20:58

(출처-조선일보 2016.02.03 이두원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이두원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사진세상 사람이 다 아는데 한국인만 모르는 사실이 몇 가지 있다고 한다. 
아마도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한국이 얼마나 잘사는 나라인지 한국 사람들만 모른다'일 것이다. 
필자가 만난 외국인들은 하나같이 한국을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14년 기준으로 세계 29위다. 
하지만 우리보다 소득이 높은 국가 중에는 중동 산유국들처럼 전근대적인 사회구조를 지닌 국가들이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평가한 UN 인간개발지수에 의하면 한국은 세계 15위의 생활수준을 지닌 국가로 
평가된다. UN, IMF, 세계은행 등 모든 국제기구가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우리 국민 상당수는 한국이 아직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인식의 괴리는 아마도 우리가 선진국에 대해 갖고 있는 높은 기대 수준에 기인할 것이다. 
많은 국민은 G7(선진 7개국) 정도의 위상을 갖춰야만 진정한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선진국 논쟁의 초점은 한국 경제의 현실과 G7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2014년 현재 한국의 1인당 실질 국민소득은 약 2만5000달러 정도다(2005년 가격 기준). 
G7은 평균 실질소득 수준이 약 3만5000달러 정도다. 
우리가 생각하는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G7 국가들이 과거 2만5000달러에서 3만5000달러의 소득으로 옮아간 과정을 
살펴보면 도움 될 것이다. G7 국가들은 대부분 1980년대와 90년대에 이러한 변화를 겪었으며, 약 15~20년의 기간에 걸쳐 
목표 소득에 도달했다. 이 기간 중 1인당 실질소득의 연평균 증가율은 약 2% 정도였으며, 
이러한 소득 증가는 대부분 자국 화폐의 평가절상과 함께 이루어졌다.
만약 한국이 과거 G7 국가들의 경험과 유사한 변화를 겪는다면, 빠르면 2030년쯤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있다. 우선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30년이 되기 전에 1인당 실질소득 증가율은 2% 미만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또한 한국은 선진국들의 과거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잠재성장률을 더욱 낮추는 역할을 한다.
세계경제는 당분간 저성장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크며,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다. 내수 비중이 작아 내수에 의존한 성장을 꾀하기도 힘들다. 이와 같은 불리한 여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못하면 
우리나라 실질소득은 3만달러 수준에서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스페인은 지난 10년 동안 2만5000달러에서 3만달러 사이의 소득수준에서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이 스페인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고 G7 수준으로 수렴하려면 앞으로 5년 정도가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5년을 책임져야 할 위정자들은 잠재성장률의 하락보다는 소득 분배, 경제 민주화, 부정부패 등의 사회문제에 
더욱 큰 관심을 보인다. 가볍게 여길 문제는 아니지만,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을 지향하는 정치인이라면 좀 더 긴 안목으로 
큰 그림을 그리는 역량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