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는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2011년 8월 가습기 살균제를 폐 손상 위험요인으로 지목한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이를 반박하기 위해 그해 10월 서울대 조 교수팀에게 살균제 원료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흡입 독성 실험을 의뢰했다. 그런데 조 교수는 이 실험 결과를 왜곡해 결과적으로 옥시의 살인 가습기에 면죄부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의 문제를 접했다면 옥시가 의뢰한 실험이 어떤 의미를 띠고 있는지도 충분히 인식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연구윤리를 저버리고 실험 결과를 조작해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을 은폐ㆍ축소했다면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부인한 옥시와 공범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현재까지 사망한 사람은 146명이며 이 가운데 103명이 옥시 제품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조 교수의 혐의가 사실이라면 제대로 사과나 보상도 받지 못하고 원통하게 숨진 피해자와 가족을 우롱한 것이다.
대학이나 전문가들의 연구 양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민의 건강이나 생명에 관계되는 연구나 실험의 경우 더욱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우리나라의 간판 대학인 서울대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대학의 연구와 실험이 돈을 앞세운 기업의 로비에 좌우된다면 상아탑이 어떻게 학문적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며, 미래 세대의 교육을 책임질 수 있겠는가. 10년 전 황우석 사태 이후 서울대는 연구활동의 윤리성 제고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하지만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번 사건을 한 교수의 일탈로 넘길 것이 아니라 전말을 정밀하게 조사해 과오가 있다면 뼈를 깎는 자성과 함께 연구의 윤리 기준을 다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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