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5.10 따루 살미넨·작가 겸 방송인)
한국에 오래 살다 보니 한국 사람이 다 된 것 같지만, 나도 어쩔 수 없이
핀란드 사람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는 요즘이 그렇다. 사우나 생각이 유난히 많이 나기 때문이다.
핀란드인들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사우나와 함께한다.
추운 겨울에는 당연히 좋지만 여름에도 사우나가 제맛이다.
한국에도 사우나가 널리 퍼져 있는데, 이 단어가 핀란드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핀란드어 중에서 유일하게 세계공통어로 널리 퍼진 단어가 아닐까 싶다.
핀란드사우나협회에 따르면 핀란드에는 현재 사우나가 약 320만개가 있는데 승용차보다 더 많다.
집집마다 사우나가 있다는 이야기다. 인구 약 550만 명인 핀란드는 말 그대로 '사우나 공화국'이다.
한국에는 무작정 뜨겁고 건조한 가짜 핀란드사우나들이 많다.
한국에는 무작정 뜨겁고 건조한 가짜 핀란드사우나들이 많다.
얼마 전에 한 찜질방에 갔는데, 소위 '핀란드식 사우나'의 문 옆에 '필란드 반야(필란드는 오타였고 반야는 러시아어로
사우나란 뜻이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서 충격 먹었다.
한국인들이 외국에 가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문구를 발견하는 기분과 비슷할 것이다.
원조 핀란드사우나에 들어가면 중앙에 난로가 있고 그 위에 주먹만 한 돌멩이들이 얹혀 있다.
뜨거워진 돌 위에 물을 뿌려서 그 증기로 사우나를 한다.
핀란드 사우나 내부는 건조하지 않고 온도도 쉽게 조절할 수 있다.
사우나 할 때는 여린 자작나무 가지를 다발로 묶어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자신의 몸을 때리면 피부미용과 혈액순환 증진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핀란드에선 '사우나나 술로 치료 안 되면 불치병이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사우나의 힘을 믿는다.
하지만 한국의 찜질방 문화라면 얘기가 다르다. 찜질방을 핀란드에 수출하면 틀림없이 성공신화를 쓸 것이다.
불가마부터 소금방까지, 다양한 탕과 수면실 등 각종 시설을 완비한 사우나라니!
거기다가 식혜랑 계란도 팔고 때까지 밀어주면, 장담하는데 100% 대박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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