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5.13 강천석 논설고문)
한국은 히로시마 원폭 投下 局外者 아니다
'100년 前 세계 정세 읽지 못해 나라 잃더니 아직 이 모양인가' 祖國에도 채찍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달 27일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이 투하(投下)된 일본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한다.
지난달 11일에는 케리 국무장관이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찾고 원폭 희생자 위령비(慰靈碑)에 헌화했다.
두 미국 정부 최고위 인사의 참배(參拜)는 일본 정부의 강력한 요청을 미국이 받아들임으로써 이루어졌다.
케리 장관은 참배 전 '미·일 관계의 견고함, 미·일이 공유하는 우애(友愛), 미·일 동맹의 견고함을
케리 장관은 참배 전 '미·일 관계의 견고함, 미·일이 공유하는 우애(友愛), 미·일 동맹의 견고함을
되새기겠다'고 했다. 동행(同行)한 일본 외무상은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고 미국 국무장관의 참배에
의미를 부여했다. 백악관은 오바마의 피폭지(被爆地) 방문에 대해 '2차대전 기간에 희생된 모든 무고한
사람들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아베(安倍) 일본 총리는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을) 미·일이 함께 모든 원폭 희생자를 추도(追悼)하는 기회로 삼고 싶다'고
했다. 그 말 뒤에 '피폭지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한 결의를 세계에 보여주는 것은 다음 세대에게 의미 있는 일'이라는
해석을 덧붙였다.
핵폭탄이 떨어진 지점을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라고 한다.
핵폭탄이 떨어진 지점을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라고 한다.
히로시마에선 강화(强化) 콘크리트로 지은 몇 건물이 그라운드 제로의 폭발과 폭풍을 버텨내고 무너지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이 가운데 하나에 '평화기념관'이란 이름을 붙이고 199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신청을 냈다.
그때 반대 진영의 중심 국가가 미국과 중국이었다.
오바마와 아베는 이 건물 앞에 서서 핵폭탄 없는 세계라는 메시지를 날린다.
히로시마 뉴스와 부딪치며 "역사란 '현재의 관점(觀點)'에서 끊임없이 새로 쓰인다"는 말의 무게를 실감(實感)한다.
히로시마 뉴스와 부딪치며 "역사란 '현재의 관점(觀點)'에서 끊임없이 새로 쓰인다"는 말의 무게를 실감(實感)한다.
'현재의 관점'은 '현재의 이해(利害)관계'에 따라 바뀐다.
'힘의 분포(分布)'가 달라지면 '이해'관계도 따라 바뀐다.
국제 관계를 움직이는 '철(鐵)의 법칙'이다.
미국의 곳간은 과거처럼 넉넉하지 않다.
미국의 곳간은 과거처럼 넉넉하지 않다.
미 대선의 막말 후보 트럼프의 질주 속엔 미국의 진실 일부가 담겨 있다.
중국은 더 이상 '빛을 감추고 때를 기다리는 도광양회(韜光養晦)'의 나라가 아니다.
일본은 중국을 침략했던 과거에 눌려 중국 위협을 더 절절하게 느낀다.
아베 장기 집권 전망은 이런 배경을 뒤로하고 현실로 굳어지고 있다.
너무나 자명(自明)한 사실은 쉽게 잊힌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그런 경우다.
너무나 자명(自明)한 사실은 쉽게 잊힌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그런 경우다.
미국·중국·일본 러시아에 둘러싸여 있다.
미국·중국·일본은 세계 제1, 제2, 제3의 경제·군사 대국(大國)이고, 빛은 바랬지만 러시아도 세계 4위의 군사 대국이다.
한반도 말고는 세계에 이런 처지가 없다.
비교가 되는 나라라면 이스라엘밖에 없다.
한반도는 망국(亡國)의 비운(悲運)을 씹어야 했던 100년 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이 판에 한반도 북쪽에선 녹슬어 망가진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위태위태한 장난을 계속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선 케케묵은 노인네도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거론하지 않는다. 노망(老妄)들었다는 말이 겁나서다.
대한민국에선 케케묵은 노인네도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거론하지 않는다. 노망(老妄)들었다는 말이 겁나서다.
유식(有識)한 지식인도 무식(無識)한 정치인도 다를 게 없다.
'지정학'이란 단어를 꺼내는 것 자체가 시대에 낙후(落後)된 증거로 취급받는다.
표(票)로 먹고사는 정당도 마찬가지다.
까딱 잘못하면 '안보 상업주의', '정략적 안보'라는 매타작을 받고 표 잃기 십상이다.
요즘 젊은이들 가운데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란 말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상당수다.
이런 흐름에 떠밀려 세계 안에 대한민국을 넣고 정세를 읽는 눈(目)이 퇴화(退化)하고 말았다.
이런 흐름에 떠밀려 세계 안에 대한민국을 넣고 정세를 읽는 눈(目)이 퇴화(退化)하고 말았다.
외교·안보·국방·경제·복지·교육 모든 부문에서 안경 벗은 고도근시(高度近視)처럼 더듬고 헤매며 때를 놓치고 방황하고 있다.
'히로시마 사태'는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나라와 원자폭탄을 맞은 나라, 선전포고 없이 기습한 나라와 기습당한 나라가
벌이는 합동 정치 쇼다.
한국은 그 무대 아래서 손을 들고 '오바마가 히로시마 방문을 통해 넋을 기린다는 2차대전의 무고한 희생자에
한국인 희생자도 포함되느냐'고 묻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세계 정세를 읽는 눈이 퇴화하면 세계의 변화 속도를 헤아리는 시간 감각도 마비된다.
한국은 히로시마 평화 쇼의 국외자(局外者)가 아니다.
한국은 히로시마 평화 쇼의 국외자(局外者)가 아니다.
히로시마 희생자 16만명 가운데 3만명이 강제 징용 당했거나 입에 풀칠을 하기 위해 현해탄(玄海灘)을 건넜던
당시의 조선인이다. 나가사키 원폭 투하 희생자 7만명 속 1만명도 조선인이다.
아베 총리는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모를 리 없다.
히로시마 평화공원 한 모퉁이에 서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가 27일의 미·일 합동 평화 쇼 무대를 지켜볼 것이다.
1970년 히로시마 평화공원 건너편에 세워진 위령비가 평화공원 안으로 옮겨지기까지 29년이 걸렸다.
위령비는 오바마와 아베를 지켜보면서 조국을 향해서도 한(恨) 맺힌 질책의 채찍을 내릴 것이다.
'100년 전 세계를 읽지 못해 나라를 잃더니 아직도 이 모양인가'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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