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 패션을 방치할 수 없다고 여겼는지 정부는 10월 유신 직후인 1973년 초 경범죄처벌법을 더 엄하게 개정했다. 노출을 금하는 치부를 '배꼽, 젖꼭지, 둔부'로 규정하자 배꼽을 드러내는 비키니 애용자들이 불안해했다. 그러나 같은 배꼽 노출이라도 해수욕장에서는 예외적으로 묵인하고, 그 밖의 공공장소에서는 금지됐다. 실제로 1975년 8월 소양댐에서 비키니를 입고 활보하던 30대 여성이 경찰의 단속을 받기도 했다.
탄생 70년을 맞은 비키니가 이제 수명을 다해 가는 것일까. 올해 피서지에서 비키니는 퇴조하고, 몸을 더 많이 가리는 물놀이 옷인 래시가드(rash guard)가 유행의 첨단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2016년 여성들이 바닷가에서 피부 노출을 줄이게 된 이유가 궁금해진다. 여성들이 보수적이 됐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부끄러워서 피부를 더 가리는 게 아니라 남에게 보이기 싫은 군살을 가리려고 래시가드를 입는다고 한다.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려는 동기도 빼놓을 수 없다.
또 한 가지, 지난 세기에 비해 풍속과 의식이 경천동지할 만큼 개방적으로 변한 오늘날, 비키니 정도의 세미 누드는 진부해져 버렸기 때문은 아닐까. 여름이면 가슴을 노출한 여성들로 메워졌던 프랑스 칸 해변에서 2009년쯤부터 토플리스 미녀들이 거의 자취를 감춘 일이 떠오른다. 당시 프랑스 언론의 진단은 이랬다. "처음엔 가슴 노출이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녀들은 세상의 이목을 끌며 페미니즘을 주창했다. 이제 더 이상 토플리스는 충격을 주지도 못하고 특별한 주목을 받지도 못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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