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사진은 서울 시내 가판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서울시가 제작한 포스터다. 서울의 전경 사진 위에 청년들의 활기찬 모습을 합성했다. 아래 사진은 거의 비슷한 각도에서 찍은 서울시 전경 사진이다. 두 사진, 특히 시내 부분을 자세히 보면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날까? 바로 건물 수나 모양에서 많이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의 포스터에 쓰인 전경 사진은 최소 20여년 전 찍은 것이다.
아래 사진은 2014년 촬영된 것이다. 서울시의 포스터에서는 삼성 본관 옆의 태평로 빌딩도 없고 새로 지은 농협 건물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건물 위에 세워진 광고판을 보면 ‘그레이스’라는 승합차 광고를 확인할 수 있다. 1990년 대 초에 현대자동차에서 출시한 차다. 20여 년 전에 찍은 사진 위에다 청년들을 합성해 포스터를 만든 것이다. 우연히 가판대 옆에 붙어있는 이 포스터를 자세히 보게 됐다. 잘 아는 동네이기도 해서 더 꼼꼼히 들여다봤다. 그래서 너무 오래전 사진이란 사실을 알았다.
“서울시가 무슨 의미로 청년들의 미래를 얘기하면서 옛날 사진을 썼을까? 무슨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이런 궁금증이 들었다. 그래서 서울시청 담당과에 확인을 해봤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이 허탈했다. “포스터 제작업체의 디자이너가 그냥 무료로 쓸 수 있게 공개된 사진이라서 쓴걸로 안다. 별 의미는 없다. 옛날 사진인 줄은 몰랐다.” 무료 사진을 쓰면 제작 비용을 줄일 수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특별한 의미도 없이 20여 전 사진을 쓰면서 미래를 얘기했다는 부분은 납득이 잘 되지 않았다. 역시나 디테일이 아쉬운 장면이었다. 행정은 큰 틀도 중요하지만 디테일, 세심함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 두 사진을 비교해 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강갑생 피플앤이슈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