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이탈주민 3명이 월북했다. 목숨을 걸고 자유와 식의주를 찾아온 대한민국을 등지고, 다시 삶의 질이 보장되지 않는 동토의 땅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간 것이다. 개별 연유야 있겠지만 안타까운 일이다. 혼란을 겪는 정치 상황을 지켜보는 탈북민들은 요즘 참담하다 못해 두렵기까지 하다. “내가 이런 꼴 보려고 탈북했나” “이러다 인민군 내려오는 거 아냐” 하는 자조 섞인 한숨들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일부는 제3국 이민까지 고려하고 있다.
11월 11일로 국내 입국 탈북민 숫자가 3만명을 넘어섰다. 6년 새 1만명이 늘었다. 강원 고성, 충북 단양군 인구만 한 북녘 주민이 자유 대한민국으로 둥지를 옮겼다.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탈북민 정착 제도를 ‘지원’에서 ‘자립·자활’로 바꿨으나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로는 ‘먼저 온 통일’, ‘통일의 시험장’ 등 그럴듯하게 부르면서도 공세적 통일 사업에 활용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탈북민총연합회를 꾸려주거나 이북도민회를 맡겨 북한 민주화·인권·통일운동이라도 하게 하면 좋으련만 나서는 사람이 없다.
조정진 논설위원 겸 통일연구위원 |
이번엔 그가 물었다. 남한 사람들은 두렵지 않으냐고. “대한민국, 그리 만만한 나라 아닙니다. 경제성장도 압축, 민주화도 압축, 이젠 국정농단도 부정부패도 압축 척결하고 있습니다. 이번 고비를 넘기면 한국은 또 한 번 성숙해질 겁니다. 자, 보십시오. 시위라기보다 축제 같지 않은가요?”
또 물었다. “그런데, 최순실 사태가 터지기 직전까지 여론을 들끓게 했던 ‘노무현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여부를 북한과 상의했다’는 송민순 전 외교장관 회고록 파문과 모 신문사 간부의 부패 스캔들은 어디 숨었지요? 추가로 뭔가 터질 것 같더니 촛불집회로 국면이 확 바뀌더니 감감하네요. 이 사건보다 더 큰 문제는 이적행위 아닌가요.” 인텔리 출신답게 질문이 깊다.
답변이 궁해지기 시작했다. “촛불 민심의 상당수는 보수층의 실망과 분노가 표출된 겁니다. 야당이 그 민심 바람을 타고 신을 내지만, 촛불이 언제 돌변해 그들에게 향할지 모릅니다. 대통령에게 위임한 권력을 사인에게 ‘컨펌(확인)’받았다고 이렇게 화내는 국민이 북에 핵무기 개발 비용을 대고 북한인권 문제를 북한에 컨펌받는 세력을 용서할 것 같습니까? 두고 보세요. 난 우리 국민의 집단지성을 믿습니다.”
그때 황소를 탄 채 촛불 행진에 동참한 아주머니 뒤로 한 무리가 대형 풍선 인형과 뭔가 쓰여 있는 현수막을 들고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는 게 보였다. 자세히 보니 ‘이석기 의원은 억울한 희생양’ ‘이석기 의원 석방하라’는 문구가 보였다. 북한을 추종하는 자들의 비밀모임에서 “정치·군사적, 물질·기술적으로 전쟁을 준비하자”는 지령을 내린 게 발각돼 내란선동죄 등으로 징역 9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이석기를 구명하려는 통진당 후신 민중혁명당원들이다. 그가 한마디 덧붙였다. “제왕적 대통령제라고요? 비선 실세 국정농단과 부패 의혹으로 하야하는 대통령제로 1인유일체제로 무장한 김씨왕조 북한을 상대하겠다고요?”
조정진 논설위원 겸 통일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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