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특이한 방식으로 인물 촬영을 하는 사진관이 있습니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사진을 찍는 곳인데 카메라는 나무로 짜였고, 길쭉한 주름 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진관 안에는 시큼털털한 약품 냄새가 가득합니다. 습판 사진술로 단 한 장뿐인 사진을 찍는 등대 사진관입니다.
습판 사진술이란 필름의 역할을 하는 감광유제가 젖어있는 상태에서 촬영과 현상이 이루어지는 방식인데 1851년에 개발되어 1880년대 건판 사진 진술이 등장하기 전까지 사진계를 장악했습니다. 보통 유리판을 많이 사용했었는데, 이 곳에서는 틴타입 방식으로 사진을 제작합니다. 먼저 까만 철판 위에 접착제 역할을 하는 콜로디온을 도포 합니다. 그 위에 빛에 반응하는 유제를 바르면 이것이 필름처럼 상을 기록 합니다. 감광유제가 마르기전에 사진 촬영과 현상을 마쳐야하기 때문에 약품을 처리할 수 있는 암실 옆에서만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불편함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디지털은 익숙하지만 찍는 사람도, 찍히는 사람도 긴장감이 떨어집니다. 후반 작업의 힘을 어느정도 믿기 때문이죠. 등대사진관의 동갑내기 주인장인 이규열·이창주 실장은 틴타입 사진술에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디지털은 너무 빠르고 인간미가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느림의 미학에 존중과 경외심을 갖고 이 작업을 시작했죠. 아날로그는 과정과 결과를 같이 즐길 수 있어요. 예측할 수 없고 불완전한 부분은 오히려 손 맛을 느끼게 합니다."
처음 사진을 찍던 날을 기억합니다. 열다섯의 소녀는 장롱 깊숙한 곳에 있던 아버지의 수동 카메라를 꺼냈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필름을 끼우고 노출에 대해 배운 것을 생각해가며 조리개와 셔터를 조절합니다. 렌즈를 좌우로 돌려 초점을 맞추고 잠시 숨을 멈춰 찰칵. 들이쉰 숨을 내쉬고 나서야 사진 한 장 찍는 것이 완성되었습니다.
틴타입사진제공 = 등대사진관,
모델 = 이루영, 메이크업&헤어 = 김남희, 한복 = 황금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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