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리스크를 앞세운 건 특유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그나마 예측을 해볼 수 있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어디로 튈지 그야말로 안갯속이라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그 향방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직접적이다. 국제금융 라인은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가 본격화하고, 미·중 간 통상 갈등까지 심화할 경우 금융시장과 환율을 고리로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불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놓고 시작된 갈등이 아니더라도 중국이라는 존재가 한국 경제에 갖는 의미는 이처럼 크게 변했다. 지난 10여 년간은 중국 경제를 말할 때 늘 ‘특수(特需)’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거대한 시장, 지치지 않는 성장엔진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공백을 메우면서다. 하지만 지금은 특수라는 말보다 ‘리스크’ 혹은 ‘불똥’이란 수식어가 붙는 경우가 더 잦다.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가 이번 경제 보복 과정에서도 드러난 거칠고 미성숙한 중국 당국이다. 전문가들은 중속 성장 시대로 진입한 중국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을지는 중국 당국의 관리 능력에 달렸다고 말한다.
하지만 회의감을 표시하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특히 우리 경제관료들 사이에서 그렇다. 이들은 과거 중국과 유사한 권위주의적 정치체제 아래에서 ‘관치 경제’를 운용해 봤다. 당장은 중국 당국의 통제력이 막강해 보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힘이 빠질 수밖에 없고, 이미 그런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증시 급락 때 좌충우돌하던 모습이나, 외환보유액 방어선을 맞추려 기를 쓰는 모습에서 과거 우리가 겪었던 시행착오가 연상됐다”고 말했다.
어쨌든 우리 입장에서 하나는 확실해졌다. 과거와 같은 중국 특수의 단물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썰물이 오면 누가 벌거벗고 헤엄쳤는지 알 수 있다”는 워런 버핏의 말처럼 한국 경제의 취약점도 뚜렷히 드러나고 있다. 과도한 무역 의존도, 지연된 구조조정 등이 그것이다.
한때 ‘삼성 없는 한국 경제’란 말이 화두가 된 적이 있다. 극단적인 가정이었지만 과도한 쏠림이 빚을 수 있는 위험에 대해 경각심을 주는 역할을 했다. ‘중국 없는 한국 경제’도 같은 맥락이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지금이라도 미뤄둔 숙제를 서둘러 해 간다면 이번 중국 당국의 ‘보복 소동’ 역시 한국 경제에는 ‘위장된 축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조민근 JTBC 경제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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