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經濟(內,外)

中 없는 韓경제 시험대 섰다

바람아님 2017. 3. 17. 23:38
매경이코노미 2017.03.17 09:14

中 정부의 치졸한 사드 보복 두려워만 해선 곤란
'Without China' 시나리오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중국의 융단폭격식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도를 넘어섰다. 안보 이슈를 경제, 스포츠, 정치 등으로 끌어들이며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경북 성주골프장을 주한미군 사드 부지로 제공한 롯데그룹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정부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해석되는 소방법·시설법 위반을 문제 삼아 중국 현지 롯데마트 점포 절반 이상을 영업정지시켰다. 누가 봐도 사드 보복이다. 중국인 단체관광도 금지하며 국내 유통가도 유탄을 맞았다.


경제뿐 아니다. 3월 말 열리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경기를 위한 전세기를 불허했다. 선수 컨디션을 유지하고 원정 응원단을 데려가려는 대한축구협회 계획이 틀어졌다. 비슷한 시기 중국 하이난섬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에 주형환 산업부 장관을 초청했다가 돌연 참석 취소를 통보하는 외교적 결례도 서슴지 않았다.


중국이 인구 13억명의 대국(大國)에 걸맞지 않게 치졸한 모습을 보이자, 국내에서도 ‘반중(反中)’ 기류마저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은 두려움을 넘어서 ‘Without China’를 염두에 둔 위기 극복 시나리오를 짜는 데 힘을 쓰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 타격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중국도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중국 특수의 달콤함을 벗어나기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사드 보복 17조 피해…中 도넘은 횡포

지난 3월 8일 오후 2시 명동. 평소라면 중국인 관광객으로 북적거렸을 거리가 한산하다. 평일임을 감안해도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몇 달 전만 해도 쉽게 볼 수 있었던 유커(단체 관광객)는 자취를 감췄다. 간간이 개인 관광객 몇몇이 눈에 띌 뿐이었다. 능숙한 중국어로 손님 끌기에 나서던 화장품 매장 직원 표정도 어둡다. 손님보다 직원 숫자가 더 많아 보이는 상점이 수두룩했다. 싸늘한 꽃샘추위가 중국 관광객이 사라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더하는 듯했다.


화장품 가게 점원은 “지난해 사드 배치가 결정된 후부터 중국인 손님이 조금씩 줄어들다 올해 2월 말부터 부쩍 심해졌다. 예전엔 손님 10명 중 7~8명이 중국인이었는데 지금은 1~2명밖에 안 된다. 매출도 40~50% 정도 줄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유커가 사라진 서울 명동 거리는 한산했다. 명동 상인들은 사드 보복 여파로 매출이 급감했다고 하소연이다. 
<사진 : 최영재 기자>
한 명동 상인은 현장 분위기를 묻는 기자에게 “이대로 가다간 중국인 특수도, 명동 거리도 끝장나고 말 것”이라며 “사드 보복이 언제 끝날 것 같으냐”고 되묻기도 했다. 중국인 관광객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명동 신세계면세점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폐점 시간까지 쇼핑을 즐기던 중국인 관광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던 것과 판이한 모습이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관련 보복이 막가파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드 발사기 등 일부 부품이 주한미군 오산기지로 들어오며 분위기는 한층 더 심각해졌다. 빠르면 3월 내 배치가 현실화하며 양국 관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경북 성주골프장을 주한미군 사드 부지로 제공한 롯데그룹 피해는 이루 말하기 힘들 정도다.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롯데마트 중국 내 지점 수는 55곳으로 전체 점포 99개의 절반을 넘어섰다. 명분은 소방법과 시설법 위반. 그러나 중국 현지에서 소방법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자의적으로 해석된다. 누가 봐도 사드 보복 조치다. 롯데마트 55개 점포 영업정지가 한 달간 이어지면 매출 손실 규모는 500억원에 달한다.


롯데마트뿐 아니라 다른 롯데 계열사도 좌불안석이다. 일례로 중국 정부는 롯데제과와 미국 허쉬사(社)가 합작해 설립한 ‘롯데상하이푸드코퍼레이션’에 대해 소방안전시설 미흡으로 1개월 생산정지를 결정했다.

사실상 한국산 타이틀이 붙은 식품은 전부 타깃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프랑스계 유통기업 까르푸가 베이징 시내 12개 지점에서 한국산 제품을 납품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불이익을 우려해서다. 태국계 유통업체인 로터스는 광둥성 33개 매장에서 열기로 했던 한국 식품 판촉행사를 무기한 연기하며 사드 보복 행렬에 가세했다.


▶사실상 한국산 소비재는 전부 타깃

까르푸·로터스 등 외국계도 가세

화장품·여행·엔터테인먼트 직격탄


이미 수개월째 이른바 ‘한한령(限韓令)’영향을 받은 연예계 외 여행, 항공, 게임업계와 화장품업계 등도 정부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에는 롯데 등 한국 제품에 대한 노골적인 불매 운동을 벌이는 사진과 동영상이 퍼져 나가고 있다.


중국 특수를 누렸던 내수 경제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유커의 한국 방문을 금지시키자 면세점부터 타격받기 시작했다. 롯데면세점은 아침 개점 시간 전부터 중국인 100여명 이상 길게 줄을 서던 곳이다. 그러나 역시 한산했다. 간간이 싼커(개별 관광객) 발길이 이어졌으나 유커의 빈자리는 메우기 힘들어 보였다. 지난해 전체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는 12조27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70% 정도가 중국인 관광객 구매액으로 추산된다.


국내 대표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9%와 13%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외국인 관광 시장에서 중국 의존도가 90% 이상으로 높은 제주도는 유커 11만명 이상 예약을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융단폭격식 사드 보복 피해는 엄청나다. IBK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최대 17조원의 피해가 예상된다. 장우애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 내 반한 감정 확산과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과거 중국과 일본의 영토 분쟁에 따른 일본 경제의 피해 사례를 토대로 이같이 추정했다. 


장 위원은 보고서에서 지난 2010년과 2012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간 영토 분쟁으로 일본의 대중(對中) 수출은 2011년 20.6%, 2012년 6.4%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는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5%대로 17.5%인 일본보다 높아 대중국 수출 둔화에 따른 파급력이 일본보다 크다고 분석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중국의 한국에 대한 관광 금지 조치가 올 한 해 이어지면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기 충격이 크겠지만, 그렇다고 한국 경제가 무너질 일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얼핏 한국이 중국에 비해 경제적으로 ‘절대 열세’에 놓인 듯 보이지만, 한국과 중국이 상호 의존적인 관계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그 근거다.

교역관계를 보면 대중 수출품 90% 이상이 완제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원료나 부품인 중간재다. 중국 정부가 한국 제품 수입을 막는 수준까지 보복 강도를 높이면 중국 내 완제품 제조 기술이나 수출 기업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국 사드 보복이 중간재가 아닌 소비재에 국한한 이유기도 하다. IT·반도체 등 국내 주력 산업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나,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 영문판 사설에서 “중국 경제에 해를 입지 않도록 한국 경제제재를 ‘효과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한 하이테크 제품 중간재 중국 수출 담당자는 “중간재는 중국 기업 생산에 필요한 부품인 데다 엔화 강세 영향 등으로 한국 제품이 다른 국가에 비해 가성비가 높아 사드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있다”며 전하기도 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간재를 주로 수출하는 대만이나 일본도 중국이 무역제재를 하고 있어 중국이 한국산 중간재 비중까지 급격히 줄이기는 힘들다”고 분석했다.


내수 역시 불안에 떨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을 가장 많이 찾는 외국인은 중국인이다. 반대로 중국을 가장 많이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역시 한국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15년 전체 외국인 방문객 2598만명 중 17%인 444만명이 한국인이었다. 2위인 일본인(249만명)보다 2배 가까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 관광을 전면 금지하면 반중(反中) 감정이 고조돼 중국 방문 한국인 역시 급감할 수 있다.


2012년 센카쿠열도 분쟁에서 이런 흐름이 나타났다. 중국은 일본 관광을 통제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2013년 131만명이던 방일 중국 관광객은 2016년 637만명까지 증가했다. 반면 방중(訪中) 일본인은 2014년 271만명에서 2015년 249만명으로 감소했다. 일본 내 반중 정서가 오히려 역풍을 불러온 셈이다.

한국 기업의 중국 내 고용 효과를 무시하기 어렵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4만여개에 달하고 현지 채용 인력도 상당하다. 예를 들어 LG전자가 세운 LG전자 유한공사는 직원이 3만2000명에 달한다. 포스코 중국 투자법인인 포스코제철공사도 임직원이 2만명이다.


법적으로 중국이 우리에게 가할 수 있는 무역 보복 역시 한계가 있다. WTO 협정이나 한·중 FTA를 명시적으로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시에 취하는 일방적 무역 보복은 국제 통상 규범을 위반할 수 있어 중국 정부가 섣불리 택하기 어렵다. 여기에 미국이 북한과 거래한 중국 대표 통신장비기업 ZTE에 1조3000억원대 ‘벌금 폭탄’을 부과한 것은 중국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지만 중국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외교 싱크탱크인 차하얼 학회의 덩위원 연구원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칼럼에서 중국 정부가 롯데그룹 보이콧을 부추기는 것은 필요하지도, 현명하지도 않다며 이런 애국심과 국가주의는 종종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국 사드 보복을 계기로 한국 경제가 중국 특수의 달콤함에서 벗어나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예를 들어 관광객 타깃을 대만·일본·동남아시아로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천시는 유커 유치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대만·동남아로 활동 범위를 넓힌다. 부산시는 인도·동남아 기업을 대상으로 포상관광 마케팅을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제주도는 중국 보복 조치가 중단될 때까지 대책본부를 운영한다. 제주도는 일본 시장 복구, 아시아 시장 개척 등 중국인 중심의 관광 시장 체질을 개선하는 장기 대책 마련에 힘을 쏟기로 했다. 우리 정부와 여당은 중국의 보복성 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특별취재팀 = 명순영(팀장)·배준희·류지민·강승태·김기진 기자 / 일러스트 : 정윤정]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99호 (2017.03.15~03.21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