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3.25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봄을 찾아 나서다 아침 되자 나귀 풀어 가는대로 내맡기고 보따리는 아이에게 들려 뒤따르게 했네. 강마을에 햇볕이 쏟아져 꽃핀 언덕 포근하고 산골 장터에 산들바람 불어 주막집 깃발이 나부끼네. 봄빛을 끔찍이 아껴 자식 사랑하듯 하고 특별한 경치 끝까지 찾아 스승 찾기보다 심하네. 아름다운 철에 어울리는 멋진 일을 하지 않으면 뜬 인생에 그 언제나 이맛살을 펼 수 있으랴. | 尋春 旦放跛驢任所之(단방파려임소지) 肖囊只許小奚隨(초낭지허소해수) 江村暖日蒸花塢(강촌난일증화오) 山市輕風颭酒旗(산시경풍점주기) 甚惜韶光幾愛子(심석소광기애자) 窮探異境劇尋師(궁탐이경극심사) 儻無勝事酬佳節(당무승사수가절) 何日浮生得展眉(하일부생득전미) |
혜환(惠寰) 이용휴(李用休·1708~1782)가 봄철에 나들이하고서 감상을 썼다.
봄볕이 따뜻한 아침, 나귀를 타고서 문을 나섰다.
나귀 하나에 아이 하나를 동반한 단출한 상춘객 모임이다.
꽃이 핀 강 언덕에서 봄볕을 쐬고, 산골 장터의 주막집에서 술 한잔 걸쳤다.
봄빛을 너무도 아껴 빼놓지 않고 경치를 즐기려 애를 쓴다.
자식 사랑보다도 스승을 갈구함보다도 더 심하다.
왜 나는 그처럼 봄철마다 봄빛을 찾는 걸까?
아름다운 계절에 맞는 특별하고도 멋스러운 일이라도 벌이지 않는다면 이맛살 찌푸리는 일로 가득한 뜬구름 같은 인생을
견디며 살아가기 어려울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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