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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본격 개장 '서울로 7017' 시민들로 북새통 "탁 트여 좋아요"

바람아님 2017. 5. 21. 16:06
뉴시스 2017.05.20. 14:21

【서울=뉴시스】강지은 기자 = 20일 오전 9시30분 4호선 회현역 4번 출구 근처 퇴계로.

국내 첫 고가 보행길 '서울로 7017'이 개장하기까지 30분이나 남았지만 100여명의 시민들은 고가 시작부에서 들뜬 모습으로 입장하기만을 기다렸다.


사업차 한국에 들어왔다는 캐나다 교민 곽재영(53)씨는 "마침 오늘 서울로 7017이 오픈한다는 소식을 듣고 오게 됐다"며 "예전에는 매연으로 가득했던 이곳이 보행길로 재탄생했다고 해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 금천구에서 왔다는 직장인 이향재(57)씨도 "(서울로 7017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직접 보고 싶어서 왔다"며 "차도보다는 보행길로 이용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서울로 7017 개방하겠습니다. 입장하시죠."


오전 10시 관계자의 입장 신호가 떨어지자 시민들은 보행길을 따라 걸으며 신기한듯 여기저기 둘러봤다. 카메라를 꺼내들어 주변 전경을 담거나 '셀카'를 찍기도 했다.

퇴계로를 비롯한 17개 보행길에서 시민들이 동시에 입장한 탓에 고가 상부는 개장한 지 10분도 채 안 돼 수많은 인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고가 중점부에 들어선 시민들은 사방으로 탁 트인 전경이 눈 앞에 펼쳐지자 너도나도 "우와", "멋지다" 등의 감탄사를 연발했다.

서울역 전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던 사진작가 마국서(73), 최해국(79)씨는 "언제 이런 곳에 와서 서울역 모습을 찍을 수 있겠냐"며 서울로 7017 개장을 환영했다.

마씨는 "차도로서의 서울역 고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보행길로서는 다시 태어난 것"이라며 "개장 첫 날이라 아직 불편한 건 많지만 보행길로 만든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맞는 편에는 아이들을 위한 트램펄린도 마련돼 있었다. 주변에는 높이 2.5m의 안전망이 설치됐다.

트램펄린을 즐기는 자녀의 모습을 지켜보던 김보염(35)씨는 "위험할 거라는 우려가 많았는데 막상 보니 그런 것 같진 않다"며 "예쁘게 잘 꾸며놓은 것 같다. 서울역 전경도 볼 수 있고 식물도 많아서 좋다"고 전했다.

콘크리트 바닥판 등 옛 고가의 흔적을 그대로 보존하고, 서울로 7017 아래 오가는 차량을 볼 수 있도록 구멍을 뚫어 투명한 바닥판을 댄 '스카이워크'는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중학교 교사인 김종준 선생님(45)은 같이 온 학생들과 스카이워크에 발을 모으며 사진을 찍었다. 기자가 장소의 의미를 설명하자 "그런 의미가 있는지 몰랐다. 신기하다"며 학생들에게 다시 설명하기도 했다.

흉물 논란이 제기된 조형물 '슈즈트리(Shoes Tree)' 앞에선 시민들의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슈즈트리는 버려진 신발 3만 켤례를 서울역 고가에서 서울역 광장으로 늘어뜨려 거대한 폭포수가 내려오는 것처럼 설치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대해 대학생 김모(26)씨는 "예술이라는 건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어느 정도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들만의 세계'에서 시민들이 납득하길 바라는 건 좋지 않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반면 남대문시장 상인 차주덕(65)씨는 "특이하고 재밌지 않냐"고 반문하며 "이 신발들은 근현대사의 발자취를 상징하는 것 같다. 흉물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예술작품으로서 멋지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서울로 7017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다. 특히 30도를 넘는 불볕더위에도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그늘막이 전혀 없어 시민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서대문구에서 지인과 왔다는 신현자(64)씨는 "가뜩이나 고가 바닥도 아스팔트라서 열기가 올라오는데 그늘막이 하나도 없어 너무 덥다"며 연신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고육지책으로 선그라스를 쓰거나 양산을 펼칠 뿐이었다. 기온이 점점 오르자 서울시는 고가 위에 설치된 안개분수를 가동하기도 했다.


보행 편의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도 있었다. 자녀들과 함께 온 이규웅(42)씨는 "보행길 곳곳에 설치된 화분들이 너무 많아 동선이 불편하다"며 "게다가 보행길도 구불구불해서 사람들과 엉키게 된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이날 많은 인파로 인해 일부 보행길의 통행이 막히자 서울로 7017 관계자들은 작은 규모의 화분들을 한 쪽으로 모아 보행길을 트기도 했다.

시민들을 위한 편의시설은 개장일임에도 정비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수국식빵', '장미김밥' 등 먹을거리를 판매하는 부스에는 '영업을 준비 중입니다'라는 안내문만 붙어있어 시민들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개장 이후 낮 12시 현재까지 서울로 7017을 방문한 시민은 총 1만2200명이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패션쇼를 비롯해 버스킹 공연, 퍼레이드, 박원순 시장 등이 참석하는 공식 개장식이 마련돼 있어 더 많은 시민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서울역 고가는 1970년 차량길로 준공됐으나 노후화로 인해 안전등급 D등급을 받았다.

서울시는 2015년 서울역 고가를 철거하는 대신 안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사람 중심의 보행길로 재생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국제현상설계 공모를 통해 네덜란드의 세계적 건축가 비니마스를 설계자로 선정했다.

시는 2015년 12월13일 고가를 전면 폐쇄하고 1년6개월간 교각과 고가를 보수·보강했다. 고가 상단의 낡은 콘크리트 바닥판 327개도 모두 교체했다.


고가 상부는 비니마스의 설계에 따라 '공중정원'으로 재탄생, 이날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