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6.22 유석재 기자 신은진 기자)
[최순실 게이트 여파에… 자유경제원·시대정신이 설 자리 잃었다]
뉴라이트 학술지 '시대정신', 재정난으로 78호 내고 휴간…
보수 성향의 자유경제원도 전경련 지원 끊겨 구조조정
시대정신 홍진표 편집인 "보수엔 시민단체 지원문화 없어"
통권 78호로 휴간한 격월간지 '시대정신'.
한국 보수 세력의 이념적 뒷받침 역할을 해왔던 대중 학술지와 연구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과 새 정부 출범을 맞아 존폐의 기로에 섰다.
김대중 정부 당시 무기력한 보수의 혁신을 내걸고 창간한 격월간지 '시대정신'은
무기한 휴간을 선언했고, 보수 성향의 경제 연구소 자유경제원은 연구원
3분의 2가 퇴직한 데 이어 강도 높은 구조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모두 재정난이 주원인이다.
사단법인 시대정신이 발행하는 격월간지 '시대정신'은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재정난으로 인해 5월 17일 발행된 통권 78호를 끝으로 휴간하게 됐다'고
밝혔다. '시대정신'의 홍진표 편집인은 21일 "잡지 한 호(號)를 내는 데 예산이
2000만원 정도 드는데, 현재 발행 부수 600~700권 규모로는 책을 팔아서 20%
정도 회수하는 수준"이라며 "후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작년까지 전경련에서 연 7000만~8000만원 정도 지원했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지난해 여름부터 지원이 끊어졌다.
사단법인 시대정신 측은 "당장 재정이 고갈된 것도 문제지만 개선 가능성이 없어
내부 토의를 거친 끝에 휴간을 결정했다"고 했다. 1998년 11월 창간호를 낸 '시대정신'은 2006년 재창간되면서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 등을 중심으로 뉴 라이트 이론지의 역할을 해 왔다.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홍진표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등
전향한 1980년대 주사파 운동권 인사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시대정신'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보수의 이론적 재무장이 시급하다'는 공감대와 함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자생력이 약해졌고, 탄핵 정국에 이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무기한 휴간에 이르게 됐다.
자유경제원도 '시대정신'과 비슷한 처지다. 자유경제원은 전경련으로부터 연 20억원 정도를 지원받았으나 지난해 여름부터
'더 이상 예산 지원이 힘들다'는 통보를 받았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정교과서 논란에 자유경제원이 너무 발 벗고
나서는 등 정치적 색깔이 지나치게 강해졌다"며 "이 때문에 현 여권 측에서 '왜 저런 단체를 지원하느냐'는 문제 제기가
빗발쳤다"고 말했다. 이후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전경련이 회원사 대거 탈퇴 등 위기를 겪으면서 올해 예산 지원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4월 현진권 원장이 물러난 뒤 원장도 공석인 상태다.
자유경제원은 1997년 최종현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의 제안으로 설립됐고 2000년 전경련에서 분리 독립됐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구조조정 작업이 끝나는 올 8월이 되면 조직 이름을 '자유기업원'으로 바꾸고 새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5명이었던 조직 규모는 5명으로 줄었고, 그나마 무급으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대정신' 창간 발행인이었던 한기홍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신보수를 대표하는 이념적 잡지를 자임하고
달려왔으나 막상 보수 정권 출범 이후에는 이념과 현실의 간격 사이에서 어려움도 있었다'며 '이제 진보 정권 등장과 보수의
혼미 앞에서 올바른 보수 이념을 정립해야 할 시기에 재정난으로 휴간하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홍진표 '시대정신' 편집인은 본지 통화에서
"시민단체 활동을 오래 해보니 부끄러운 일이지만 보수 세력은 시민단체에 대한 기부나 지원,
회원 활동 같은 문화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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