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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의 내 인생의 책] ③손자병법과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바람아님 2017. 7. 26. 08:45
경향신문 2017.07.25. 22:37

ㆍ최선의 승리

<손자병법>과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은 동·서양 최고의 병서다. 같은 주제를 다루면서 철학을 달리한다. 동·서양 문명의 영향 때문이다. <손자병법>은 ‘조화와 승리’를 목표로 한다. <전쟁론>은 ‘파괴와 승리’를 노린다. <손자병법>의 군사에는 정치, 심리가 포함된다. <전쟁론>은 철저히 군사적이다.


기원전 6세기 손자는 말한다. “최선의 승리는 상대를 온전한 채 두고 굴복시키는 것이다. 적의 국토를 파괴하고 얻는 승리는 차선이다.” 필연적으로 심리적, 정치적인 수단, 곧 ‘위계’가 적나라한 무력 사용보다 중시된다. “모든 전략은 위계이다.” 노자가 말했듯이 존재하지 않는 무기가 창, 칼보다 중요해진다.


19세기 클라우제비츠는 적의 철저한 파괴를 최고의 승리로 간주하고 있다. “군사력의 파괴, 영토의 점령, 나아가 의지력 분쇄가 최상의 승리다.”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은 극한적인 전면전(total war)을 예고한다. 1·2차 세계대전에서 나타난다. 프랑스는 제1차 인도지나 전쟁(1952~1962), 미국은 제2차 전쟁(1963~1973)에 개입했다. 10년씩 전쟁을 치르고 실패했다. 클라우제비츠 방식이다.


중국의 제3차 인도지나 전쟁(1979~1989)은 <손자병법> 식이다. 손자는 말한다. “전쟁에는 순서가 있다. 적의 전략, 동맹, 군대, 그리고 성을 공격하는 것이다.” 중국은 베트남의 ‘전략’과 소련의 ‘동맹’에 압력을 가한다. 베트남군에 대한 공격은 전쟁 초기 4주 만에 마무리했다. 결국 베트남군은 1989년 캄보디아에서 철수했다.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은 핵무기가 개발된 요즘에는 쓰이기 어렵다. <손자병법>은 그대로 살아 있다. 손자의 정치, 심리적인 혜안이 전쟁을 떠나서 비즈니스와 개인 관계에서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최영진 | 전 주미대사>